사회
태풍 바비 왜 커졌나…역대급 피해 우려
입력 2020-08-26 19:31  | 수정 2020-08-26 19:54
【 앵커멘트 】
제8호 태풍 바비는 지난해 큰 피해를 줬던 링링 때보다 바람이 더 강해 걱정이 큰데요.
기상청 출입하는 이현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이번 태풍이 왜 이렇게 강해진거죠?

【 기자 】
그건 태풍 바비가 지나온 바다가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바비는 대만 인근 해상에서부터 일본 오키나와 근처 바다를 지나왔습니다.

저 지역 바다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은 30도 안팎이거든요.

많은 양의 수증기를 태풍에 공급해 힘을 실어주기 안성맞춤인 환경이죠.

제주도쪽 바다도 따뜻합니다.


올해 제주도 인근 해수면 온도가 30도 정도로 높아 태풍이 매우 강 상태로 서해안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 질문2 】
우리가 보통 태풍이 상륙하면 피해가 크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상륙하지 않아서 피해가 클 거라면서요?

【 기자 】
맞습니다. 태풍이 상륙하지 않으면서 강도가 덜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육지는 바다에 비해 열이 쉽게 내려가는데다 태풍이 상륙해서 비를 뿌리기 시작하면 지면온도는 당연히 더 내려갑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힘을 얻으니 차가운 땅과 만나면 힘을 잃겠죠.

그리고 육지엔 산과 같은 지형지물이 있어 여기에 바람이 부딪히다보면 태풍이 또 약해집니다.

바비는 상륙하지 않고 바다 위를 지나가다보니 약해질 조건을 덜 만납니다.

물론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30도보다 낮아 태풍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매우 강에서 강 상태로 내려갔을 뿐 결코 약한 태풍으로 변한 건 아닙니다.


【 질문3 】
그렇군요. 태풍이 우리나라 서쪽을 지나가는 것도 문제라고 들었어요.

【 기자 】
네. 태풍이 서해안을 통과하면서 우리나라가 태풍 위험반원에 들어갔습니다.

위험반원은 바람의 방향과 태풍의 진행 방향이 같아서 더 강한 바람이 부는 위험구역을 말합니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한반도가 속한 북반구에선 태풍이 북동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남반구는 반대로 방향이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은 중국에서 오는 편서풍을 맞습니다.

태풍 서쪽은 불어오는 바람과 상쇄돼 강도가 약해지지만 동쪽은 그런 조건이 없습니다.

위험반원은 반대편보다 두 배 이상의 강풍이 불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꼼짝없이 이 바람을 맞게 생겼습니다.


【 질문4 】
안좋은 조건이 한꺼번에 겹쳤네요.
태풍이 느리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면서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바비는 현재 시속 30km 정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우리나라에 왔던 제5호 태풍 장미가 최대 시속 59km까지 기록했던 걸 생각하면 절반 정도로 느린 속도죠.

20km대로 이동하던 바비가 서해로 들어서면서 속도가 조금 올랐지만 북한으로 상륙하기 전까진 이동속도가 많이 빨라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강한 바람을 오래 맞아야 하니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 질문5 】
강한 바람을 오래 맞으면 당연히 더 아프겠죠.
피해가 언제쯤 가장 커질까요?

【 기자 】
앞선 리포트나 중계에서 보셨듯이 바비는 현재 전남 서해안 쪽을 지나고 있습니다.

전남과 충청 지역 등엔 태풍특보가 내려져 있어 비바람 피해가 예상됩니다.

기상청 예보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 경 / 기상청 예보분석관
- "서해 도서지역은 27일 낮까지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60m의 피해가 날 수 있는 강한 바람이 불겠습니다."

내일 오전 4~5시면 수도권에 가장 가까워질 전망인데요.

이때도 태풍 강도가 강 상태라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저때가 많은 시민들이 외출하는 출근길에 가까워진 시간이라 체감되는 피해는 더 클 것 같습니다.


【 질문6 】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번 태풍 피해가 과거 태풍 때보다 더 클까요?

【 기자 】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바비의 바람이 강하다보니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 오후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5m까지 올랐는데요.

초속 40m가 넘으면 기차가 탈선할 수 있고 초속 44m에 육박하면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찾아와 4명의 인명피해와 333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태풍 링링은 서해안에 들어섰을 당시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0m 아래로 떨어졌었고요.

2012년에 11명의 인명피해와 6,364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태풍 볼라벤은 서해안에서도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0m정도였습니다.

바비는 저 두 태풍보다 강도가 더 강할 것으로 보이다보니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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