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투자 적중했다
입력 2020-08-26 15:24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지난 2017년 인수한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오는 10월 6일 도쿄증시에 상장한다.
기옥시아가 상장하게 될 경우 시가총액은 2조~2조5000억엔(약 22조~28조원) 가량이 될 전망이어서 올 도쿄증시 기업공개(IPO) 기업 중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공모가 등은 현재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탈 등이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은 지난 2017년 9월 도시바메모리를 2조엔에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당시 배인캐피탈이 조성한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한 대여 2660억엔과 전환사채 1290억엔 등 총 395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4조원)을 투자했다.
전체 지분의 50.1%는 40.1%를 갖는 도시바를 비롯한 일본 측이 갖기로 했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확보한 지분은 49.9%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10년간 지분 보유 상한(15%)이 설정된 상태다. 인수 후 필요한 각국 규제당국의 결합심사 통과 등의 목적과 함께 해외 매각에 부정적인 일본 여론 등이 작용한 결과다.

상장 과정에서 도시바와 베인캐피털은 구주를 일부 매각하고 신주 발행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 역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기옥시아 투자가 투자수익을 노린 것은 아니라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기옥시아는 세계 2위 낸드플래스메모리 제조업체다. 지난해 10월 일본어로 기억을 뜻하는 '기오쿠'와 그리스어 가치를 뜻하는 '악시아(AXIA)'를 더한 기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7년 인수에는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도시바, 호야 외에도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도 참여했다. 다만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4개사는 우선주 투자로 의결권은 없다. 당초 기옥시아는 지난해 도쿄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1년 연기했다.
기옥시아 상장이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의 자산·손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은 SK하이닉스 자산총계 중 키옥시아 투자자산 비중은 6.7%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 자체가 성공적이더라도 당장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적인 시너지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당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옥시아와 SK하이닉스가 경쟁자임을 감안해 이사임명권이 제한되고 경영 및 영업의사결정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 이후 차세대 반도체 준비에 있어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옥시아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매출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은 18.1%로 삼성전자와(34.9%)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는 평택 2라인에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5월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하반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최근 중국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상황에서 기옥시아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인수된 기옥시아는 도쿄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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