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윤석헌 "라임 100%배상 수용하라" 은행 압박
입력 2020-08-25 17:12  | 수정 2020-08-25 19:31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원금 100% 반환' 결정을 판매사들이 수용하라는 강한 압박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금융사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금감원 측 '공세'에 분쟁조정안 수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장은 2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수락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조위의 조정 결정 수락 등 소비자보호 노력을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와 경영 실태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 이후 라임 펀드 분쟁조정에서도 배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윤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감원이 강제력이 없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전방위 압박에 나선 셈이다. 이에 앞서 분조위는 지난달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가 신청한 분쟁조정 108건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펀드에 가입한 72건 중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이들 4건의 판매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다.
분조위는 투자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고, 판매사도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점을 들어 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결정했다.

신청인과 금융회사가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지만, 전례 없는 '100% 반환' 결정에 대한 내부 검토가 길어지면서 금융사들은 한 차례 수용 기한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이 수용 기한을 한 차례만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판매사들은 27일 전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들은 27일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금융사는 배임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100% 반환에 대한 법률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분조위 결정을 일단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도 내부적으로는 분조위 결정 수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사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금융권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사들 불만은 여전하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2011년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결과가 언급되고 있다.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 피해자에게 평균 42% 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모두 금융회사가 손실을 알면서도 팔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함께 판매사들은 "판매사도 라임펀드의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100%를 배상하고 추후 라임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전액 배상을 수용하지 말고 키코 사례처럼 법원에 가서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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