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 대통령에 `송구`하다는 강경화…뉴질랜드엔 "아직 사과할때 아냐"
입력 2020-08-25 16:39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일어난 외교관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사과를 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25일 내놨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상과 통화과정에서 외교관 성추행 의혹이 사전조율없이 거론되는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선 이틀 연속 송구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뉴질랜드 정부·국민·피해자에 대해 사과하지 않느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피해자의 말이 다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과 강 장관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의원이 "그러니까 뉴질랜드와 정상 통화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는데 책임을 안 지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강 장관도 "상대국에 대한 사과는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 자리에서 사과를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발언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강 장관은 또 뉴질랜드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교관 A씨에 대해 면책특권 포기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해당 외교관은 면책 특권을 요구할 때는 다른 나라(필리핀)에 가 있었으므로 뉴질랜드가 요구하는 면책 특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경위가 어쨌든, 정상(문재인 대통령)께서 불편한 위치에 계셨던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날 수 있는 외교부가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의 대응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외교관 A씨는 지난 2017년 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현지 남자 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올해 초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다. 그러나 A씨는 외교부 감사에서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지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나 필리핀 총영사로 자리를 옮겼다.
A씨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정상 통화에서 이 문제가 이례적으로 거론되자 외교부의 귀임조치에 따라 지난 17일 귀국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의 소환 요구에는 불응하면서 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