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갖은 대책 퍼부어도…8월 부동산심리 "여전히 가파르게 오를 것"
입력 2020-08-25 14:32 

정부가 강력한 세금정책과 공급대책을 포함한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에도 국민들은 집값이 여전히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는 한국은행 설문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공급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급격히 재확산 중인 코로나19가 집값에는 하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은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25를 기록해 7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개선되거나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 강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6·17, 7·10에 이은 8·4 대책까지 내놨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있을 때마다 집값 전망은 상승한다'는 법칙만 더 공고해진 셈이다.
지난 4월과 5월 한은이 조사한 주택가격전망CSI는 각각 96으로 기준선을 밑돌아, 가격이 소폭 내려갈 거라는 의견이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6, 7, 8월에는 주택가격전망이 각각 112, 125, 125포인트까지 급상승했다.
실제 8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첫 주(3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13% 상승했다. 2주와 3주째에도 각각 0.12%, 0.11% 상승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6월 넷째주(0.22%)에 비하면 서서히 상승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앞서 나타난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하면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계속 오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는 8월 10일부터 14일 사이 진행됐다. 수도권 13만여채, 전국 26만여채의 공급책이 담긴 8·4 대책의 효과는 국민들이 충분히 인지한 뒤 설문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정부가 너무 많은 대책을 반복해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의 반복되는 강경 발언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3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문재의 정부의 실책 때문이 아니라 주부 청년들까지 투기 세력에 동조하는 등 사회 전체에 투기 심리가 전염병처럼 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정책을 펴기보다는 여전히 '투기와의 전쟁'만 고집하면 집값이 또 뛸 거라는 공포만 부채질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설문 기간에 코로나19의 광복절 연휴 재확산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주택가격도 코로나19에 크게 영향받으리라는 의견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단기간에 그치면 서울 아파트 가격도 약한 하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확산세가 거세지고 제조업 등 타격이 심해지면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전반을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 70.8을 저점으로 4개월 연속 상승을 보여 8월에는 88.2까지 회복했다. 경기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시름하던 때보다는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 확정 및 시행으로 인한 영향은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소비심리도 코로나19가 어디까지 확산하는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지 여부 등에 강하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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