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서두르지만…파우치 "코로나 백신, 검증 없이 긴급승인 안돼"
입력 2020-08-25 09:01  | 수정 2020-09-01 09:07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23일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긴급 사용승인 계획에 대해 "효능이 확인되기 전 상태에서 백신이 긴급 사용승인을 받는 상황을 보고싶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그가 이끄는 NIAID는 현재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협업하며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파우치 소장은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전화 통화에서 연내 백신 사용을 서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안전성 검증이 끝나지 않은 백신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승인 계획에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미 연방 식품약품화장품법 564항에 규정된 '긴급 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EUA)'은 전염병 확산 등으로 보건영역의 비상 대응이 필요할 때 희귀 의료장비·제품 등을 신속하게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발동된다.
팬데믹 초기 FDA가 한국업체들이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에 대해 제작·패키징·보관·배송 시스템 검증 절차 등을 면제하고 긴급 사용승인을 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비단 파우치 소장 뿐 아니라 다른 의학계 전문가들의 견해 역시 백악관이 FDA를 정치적으로 압박해 완전한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 백신을 긴급 사용승인토록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을 상대로 광범위한 적용을 위해 개발되는 백신 후보물질에 단 한 번도 긴급 사용승인이 적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우치 소장은 "제품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진단·예방·치료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서둘러 사용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시켜 정작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된 다른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파우치 소장의 주장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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