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19 여파·최장 장마에…한 여름에 '남아도는' 발전설비
입력 2020-08-25 08:47  | 수정 2020-09-01 09:04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원전 40기 규모 발전용량에 해당하는 발전설비가 한 여름에 '개점 휴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5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20일 기록한 87.0GW(기가와트)로, 이날 공급 예비력은 11.6GW, 설비 예비력은 40.9GW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올여름 최대전력은 작년 여름 90.3GW(8월 13일)보다 3.3GW가량 감소했고, 공급 예비력은 작년(6.1GW)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여름철 최대전력 기준으로 공급 예비력이 11GW를 넘은 것은 2015년 여름(12.7GW) 이후 역대 두 번째입니다.


공급 예비력은 고장이나 예방정비에 들어가 정지한 발전기를 제외하고 즉시 가동할 수 있는 발전설비 용량에서 최대 전력수요량을 뺀 것으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설비가 남아돈다는 뜻입니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은 늘어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과 긴 장마 탓에 냉방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전력수요는 줄어든 반면, 올여름 전력 설비 용량은 작년 여름보다 약 6.7GW 늘었습니다.

원전 신고리 4호기(1.4GW), 신재생에너지(2.8GW) 등 신규 발전설비가 가동되면서 전체 발전 설비용량이 작년 여름 121.1GW에서 올여름 127.8GW로 증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설비 예비력은 40.9GW를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종전 최고치였던 작년 여름(30.8GW)보다 10.1GW 증가했습니다.

설비 예비력은 국내에 있는 총 발전설비(127.8GW) 중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에도 가동되지 않은 발전설비의 용량을 말합니다.

원전 1기 발전용량이 1GW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설비 예비력이 40.9GW라는 것은 원전 40기 규모에 해당하는 발전용량입니다.

발전설비가 남아도는 것은 2011년 순환 정전 사태 이후 정부의 독려 아래 민간 분야가 LNG 발전 설비를 크게 늘렸지만, 전기 수요는 예상에 미치지 못해서입니다.

실제로 올여름 최대전력은 2011년 72.2GW(8월 31일) 대비 14.8GW 증가했지만, 설비용량은 이 기간 61%(48.6GW) 급증했습니다.

전기가 모자라도 문제지만, 남아도는 것도 상당한 고정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국가적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예비력이 너무 높아 전국에 가동되지 않는 유휴발전소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재 수립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좀 더 효율적인 전력수급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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