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년간 탈탈 털었는데…공정위, 한화 일감몰아주기 `무혐의`
입력 2020-08-24 13:53 
한화그룹 본사 로비 전경. [사진 출처 = 매경DB]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부터 5년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했던 한화그룹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총수인 김승연 한화 회장이나 그룹 차원에서 지시·관여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할 기준이 되는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나 정상가격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사실상 공정위의 완패로, 증거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한 조사를 5년에 걸쳐 이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3일 공정위는 한화계열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 등을 심의한 결과 무혐의·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회선과 상면(전산장비 설치공간) 서비스 거래와 관련한 내용은 무혐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 거래와 관련한 내용은 심의절차 종료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한화 계열사들이 IT서비스 계열사인 한화S&C에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화 계열사 86곳 가운데 29곳에 대해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사무처는 공정위 내에서 검찰 기능을 맡고 있으며,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한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였다. 한화는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병했다. 합병 전까지 한화S&C는 5000억원 가량의 매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계열사 일감을 통해 일으켰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들이 한화S&C에 데이터 회선, 상면 서비스 이용료를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과도하게 지급했다고 봤다. 또 계열사들이 거래 조건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제대로 비교하지 않고 한화S&C에 상당한 규모로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를 맡겼다고 판단했다. 이런 불공정 거래를 통해 김 회장의 아들 3형제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그룹 승계 작업을 했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었다. 공정위는 두 차례 현장 조사를 할 때 한화시스템 소속 직원 5명이 자료를 삭제·은닉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한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공정위 상임위원 9명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서는 모든 혐의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데이터 회선 사용료나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의 경우 시장에서 통상 적용되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결정했다.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는 관련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과 그룹 혹은 총수 일가의 관여·지시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사실상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전혀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조사 방해 의사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없어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5년 동안 공정위 조사 부담을 견뎌온 한화 측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공정한 거래와 상생협력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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