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러진 화살'·'남영동 1985' 정지영 감독, 스태프 보조금 횡령 혐의로 고발돼
입력 2020-08-24 10:19  | 수정 2020-08-31 11:04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을 만든 정지영 감독과 제작사가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오늘(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공익제보자인 시나리오 작가 한현근 씨를 대리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횡령·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작가는 정 감독 등이 2011년 영진위가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부러진 화살'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를 제작사 대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작가 측은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 아들이 대표이사를, 배우자가 감사를 맡은 가족회사"라며 "정 감독은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 변호사는 "영진위와의 지원금 약정 단계에서부터 스태프에게 지급돼야 할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가지고 영진위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이런 식의 편취행위는 업무상횡령·보조금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감독과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함께해온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로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가 수십억 원을 벌었지만, 정작 스태프와 각본가 일부는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며 "정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고 그가 변화하기를 기다렸지만, 더는 그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발 계기와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의 각본은 자신이 혼자 작성했는데, 당시 정 감독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그를 공동 각본자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며 "영화는 이미 개봉됐지만 잘못된 크레딧을 바로잡아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고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스태프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1990년), '하얀 전쟁'(1992년), '부러진 화살'(2012년), '남영동 1985'(2012년)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를 선보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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