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총 첫 2조달러 터치다운 애플, 상승 여력은
입력 2020-08-20 15:49  | 수정 2020-08-27 16:07

애플이 19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 기업에 등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장중 한 때 전일대비 1.3% 이상 오르며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오후에 공개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중장기 경제전망이 어둡게 나오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이날 애플은 전일대비 0.13% 오른 462.83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이 1조979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8월 2일 1조 달러 벽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두 배로 시가총액이 늘어난 것이다.
애플이 시총 1조 달러 기업이 되는데에는 42년이 걸렸지만, 2조 달러가 되는데는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플 시총은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사태로 1조 달러 선이 붕괴됐다가 불과 21주 만에 2조 달러로 급상승했다. 2조 달러는 세계 GDP 순위(2019년 IMF 통계 기준) 8위인 이탈리아(1조 9886억달러)의 경제규모에 해당한다. 한국의 GDP는 1조 6295억 달러로, 애플의 기업가치가 한국 전체 경제규모보다 22% 이상 크다는 뜻이다. 애플은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누르고 시총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데 이어 2조 달러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날 종가기준 시총이 각각 1조 6300억달러, 1조 5900억달러를 기록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곧 2조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기업 중 시총이 가장 큰 삼성전자의 시총은 20일 종가 기준 330조 7260억원(약 2786억 달러)이다. 애플의 기업가치가 삼성전자보다 7배 높은 셈이다. IG의 마켓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보챔프는 "애플의 2조달러 클럽 진입은 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가상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말 애플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1주를 4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발표한 것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워런 버핏 같은 전문투자자들이 애플에 들어가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워런 버핏은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막대한 현금성자산(2분기 말 현재 약 1400억 달러)을 보유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애플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 등에 나선 영향도 있다. 지난 회계연도 애플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671억달러, 배당금은 141억달러였다. 특히 배당은 지난 8년 동안 매년 증가했다.
10월에 발표될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애플은 5G 기능이 탑재된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8세대 아이패드, 6세대 애플워치 등과 같은 신제품들도 나온다. 특히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웨어러블 제품들은 연간 실적이 18%씩 성장하고 있는 애플의 효자상품들이다. 증강현실(AR) 기능이 들어간 애플 에어태그, 만능 충전장치인 애플 에어파워 등의 신제품들도 나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주가에 기대감을 더해가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와 같은 애플의 컨텐츠 구독모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10월께 '애플원'이라는 이름의 구독서비스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TV, 뮤직, 뉴스, 게임 등 컨텐츠를 월정액제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폰의 마진이 60% 안팎에 달하는 기본기가 탄탄한 기업 가치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고객들의 이탈율이 낮다. 애플이 만드는 독특한 OS에 익숙해질 경우 쉽게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등으로 이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아이폰은 재구매율이 92%에 달하지만 삼성 스마트폰은 77%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은 자체적인 반도체 개발을 최근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맥북-아이폰-아이패드 등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좋은 점이 많은 애플이지만 주식을 추격 매수하기에는 껄끄러운 부분들도 많다.
먼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근시일내 얼마나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10월 출시될 아이폰은 5G 외에 특별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기능들이 탑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애플 유출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미 유출된 신제품의 외관은 아이폰1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애플 앞에는 험난한 과정들이 예정돼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이 첫번째 고비로 꼽힌다. 만일 미국 정부가 9월 중순 위챗을 금지시킨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 분석가인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위챗이 금지된다면 아이폰 중국 매출은 심할 경우 25~30%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번째 고비는 애플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앱스토어 등)의 매출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들이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을 때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에픽게임즈 등의 컨텐츠 회사들이 이런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반독점 소송전을 제기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 앱스토어 30% 수수료는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을 벌어주는 효자 상품인데, 그 매출 기반에 불확실성이 생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애플 주식에 투자하기엔 밸류에이션 부담도 있다. 향후 1년 동안 애플이 벌어들일 순이익에 비해 현재의 시가총액이 35.7배 정도로 같은 IT 기업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아마존 MS 등과 달리 애플은 10% 안팎의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비싼 주가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들도 월가에 만만치 않다. 2조 달러를 첫 돌파한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많아 뉴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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