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주인들, 주택수리비 등 세입자에 떠넘길수도
입력 2020-08-19 17:50 
◆ 전월세 전환율 인하 ◆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인하하는 조치를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화'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전세 매물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단순히 월세를 낮춘다고 주거 안정이 보장될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로 임대료를 끌어내려 주택의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매물 잠김 현상으로 인해 이면계약이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은 학군, 역세권 등의 이유로 세입자들이 몰리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집주인이 '갑(甲)'인 대표적 단지인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나 노원구 상계동 상계7단지 등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이 월세보다 많았으나 최근 들어 월세가 더 많아지는 추세로 역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행 전환율 4%는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 책정된 것이어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대인들은 정부의 조치를 시장 원리를 왜곡하고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이 모씨는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2.3~3.5%인데 전환율을 2.5%로 하면 임대인한테 손해 보고 세를 주라는 이야기"라면서 "주택 수리비, 전세보증보험료를 집주인이 감당해야 하는데 앞으로 이러한 부분은 세입자가 부담하도록 '특약'을 넣어서 실질적으로 세입자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집주인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기존에는 비용을 부담했던 보일러 수리, 누수, 변기 교체 등을 세입자가 부담하도록 계약할 때부터 '특약'을 넣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세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 2.5%를 적용한다는 목표로 이달 중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 4% 적용을 받기 위해 개정안 시행 전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을 서두르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시장에는 전환율 인하 전 집주인들이 모두 4% 적용을 받기 위해 움직일 것이 예상돼 단기적으로 대혼란이 올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월세 수익률이 떨어진 만큼 공급 위축 효과가 나타나고,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세 수익률이 떨어진 만큼 집주인들이 임대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공급이 위축되고 궁극적으로 임대료 상승이 촉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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