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겨눈 토지거래허가…상가거래도 `반토막`
입력 2020-08-19 17:36  | 수정 2020-08-19 20:45
지난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서울 삼성·청담·대치·잠실동의 상가 건물 거래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거의 두 달 동안 이뤄진 상가 매매 거래가 단 한 건에 그쳤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기존에 영향력이 예상됐던 주택 외에 상가 건물에까지 '거래 절벽' 현상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허가구역에서 상가 건물을 매입할 때 '원칙적으로는' 직접 영업해야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매일경제신문사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6월 2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서울 송파구 잠실동 등 4개 동의 상업·업무용 건물 매매 거래는 32건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상가 매매 거래량(63건)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잠실동은 상업·업무용 건물의 실거래가 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매매 거래가 단 한 건에 그쳤다. 6월 26일 연면적 9.58㎡짜리 집합 건물(제3종 일반주거용)이 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같은 기간 잠실동에서 16건의 매매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래가 93% 급감한 것이다.
삼성동과 청담동, 대치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허가제 이후 삼성동에서는 5건, 청담동 9건, 대치동 17건 등의 상가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동에선 10건, 청담동 15건, 대치동에서 22건의 상업·업무용 건물이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용의 경우 토지면적이 18㎡, 상업용은 토지면적이 20㎡를 넘길 경우 해당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다. 신고한 구입 목적대로 부동산을 이용해야 하고 주택을 사면 최소 2년은 거주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상가 건물을 구입한다면 주인이 직접 영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상가의 경우 허가구역과 관련된 지침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모든 상가 건물을 주인이 영업해야 하면 부담이 너무 많아져 결국 상가 공실률만 높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가 건물이라면 일부 면적을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500평짜리 상가 건물을 사들였을 경우, 매수자의 직접 사용 면적이 얼마 이상이어야 하는지, 임대 가능 면적이 얼마만큼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송파구청·강남구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가 건물 거래가 이뤄졌을 경우 지침이 따로 내려온 적은 없다"며 "지금까지 들어온 질의나 과거 사례 등을 종합해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수자가 허가구역에서 시세차익만을 위해 단순히 상가 건물을 사들인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어 일부 면적의 임대 비율을 정량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침이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랩장은 "상업용 건물은 임대소득을 위해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영업을 해야만 거래 허가를 내준다는 원칙을 이해하기 어렵고, 그나마 존재하는 임대 허용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선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급감했다. 거래 자체가 막혔어도 집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신고가까지 경신하고 있다.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149.4㎡는 지난달 16일 27억4000만원에 거래돼 6월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대지지분이 작아 허가 없이 매매가 가능한 리센츠 전용 27.68㎡의 경우 규제지역 지정 전에는 8억~9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10억~11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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