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인이상 예식 금지`에 수도권 예비부부 "위약금만 700만원" 발동동
입력 2020-08-19 11:03  | 수정 2020-08-26 11:37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모 호텔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려던 예비신부 권 모씨(33)는 이번 정부 방침에 걱정이 앞선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강화되면서 실내 50인 이상의 하객이 모이는 결혼식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호텔 측에서는 50명씩 3개 층에 나눠서 하객을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진 찍기 등이 불가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예식이 진행되기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결혼식을 미루기에도 부담이 크다. 예식장비용과 식대 등을 포함해 4000만원이 이번 예식에 들어갈 예정인데 호텔 측이 전액을 보전해주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평균 확진자가 세자리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확산에 정부가 방역조치를 강화하면서 예비부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실내 50인 이상 집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50인 미만이 참가하더라도 예식장 뷔페 이용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50인 이상이 모여 사진을 찍는 것도 제한된다. 50인 기준엔 하객뿐만 아니라 예식장 직원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초대 가능한 하객 수는 3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조치 위반 시 모든 참석자가 벌금 300만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결혼식을 취소, 연기할 경우 수 백만원대의 위약금이 발생하는데 정작 비용 부담은 오롯이 예비부부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웨딩홀과 계약을 맺을 때 미리 정한 '최소 보증인원'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예비부부들은 계약 당시 정해진 인원보다 하객이 적게 와도 식비는 모두 부담해야 한다.

보증인원은 200~300명을 두는 게 보통이다. 최소 보증인원을 제외하고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계약은 별도라 피해 규모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오는 23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A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정부의 방역 조치 강화 발표 후 예식장에 취소, 연기를 문의했더니 위약금으로만 7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계약서상 '천재지변 및 정부의 시책 변경 등' 사유로 인한 계약 조건 불이행은 환불 조항이 있지만 웨딩홀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갑작스런 정책으로 차질이 생겼으면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책임을 미루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9월 13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이 예정돼있는 예비신랑 박 모씨(29)도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조치는 8월 30일까지는 유효한데, 상황에 따라 9월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기 ?문이다. 박씨는 "현재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신부와 함께 웨딩홀과 대화를 통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현재 예비부부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책을 논의 중이다. 각 웨딩홀 별로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지방자치단체별 대응 현황 등도 합동으로 체크 중이다. 현재 대화방에는 약 600여명이 참가 중이며 강남, 서초, 여의도 등 각 지역별 대책방도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18일 정부 발표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들은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19일 중 하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 웨딩홀들도 예비부부들 항의에 "지자체 지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맞추는 모양새다. 일부 웨딩홀들은 최소 보증인원 조정 대신 답례품으로 와인 제공 등 자체 대책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답례품 와인의 가격이 식비보다 저렴해 일부 예비부부들은 "하객 부르기 미안하다" "와인업만 호황"이라며 불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결혼 문제와 관련한 청원 글이 11건 올라와 있다. 그 중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상향 시, 예식장 기존 계약 무효처리 해주세요!'의 청원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3만1652명이 동의하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자신을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고 소개한 해당 청원 작성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시 예식장 직원을 제외하고 초대할 수 있는 하객 수는 최대 40명이다"며 "40명 초대를 위해 신랑신부는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예식장에 지불해야 한다. 계약 당시 보증인원 200~350명 분은 무조건 결제해야 하는 조항 때문이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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