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ISD 판정부, 엘리엇의 `이재용 구속영장` 등 수사자료 요청 기각
입력 2020-08-19 10:50  | 수정 2020-08-26 11:07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최근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등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가 보유한 비공개 수사 문서들을 요구했지만 '투자자-국가분쟁(ISD)' 판정부가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와 7억7000만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ISD를 진행 중에 있고 한국 검찰의 이 부회장 수사 자료를 ISD에 활용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피의사실공표 등 기각 사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수사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상설중재법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엘리엇-한국 ISD' 절차명령 14호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엘리엇은 한국 법무부에 "한국 검찰이 이 부회장의 주가조작 등 혐의 수사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비공개 문서 7건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요청한 문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삼성미래전략실이 만든 'M사 합병추진안'과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계획 공표방안', 삼성바이오에피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검찰 진술서 등이다. 또 국정농단 특검이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며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이유서'도 포함됐다.
엘리엇은 이 문서들이 ISD 주요 쟁점과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에 대한 주가조작의 근거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수치화할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인 후 합병했다고 의심한다. 2018년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던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에 ISD를 제기했다.
앞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엘리엇이 ISD를 제기한 논리와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엘리엇이 검찰 수사를 ISD에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들은 "검찰의 논리는 엘리엇의 ISD 제기 논리와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SD 판정부는 지난 6월 24일 엘리엇의 요청을 기각했다. 한국 법무부가 수사 자료 제출하는 것이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ISD 판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ISD 판정부는 "문서들이 중재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관련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중재업계에선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엘리엇이 다시 이 문서들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소 후 공개 재판이 진행되면 피의사실공표 등 국내법상 제출을 막을만한 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 국제중재전문 변호사는 "판정부가 기각 사유를 명시적으로 밝혔다면, 기각 사유가 해소될 경우 (엘리엇이) 다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SD 판정부도 "이번 결정은 한국 법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잠정적'"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