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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진짜 가족 같은 배우들 티키타카 좋았죠"
입력 2020-08-19 07:01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이 진짜 가족 같은 케미를 보여준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함께 진짜 가족 같은 배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의 열연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윤단비 감독은 배우들이 촬영할 때 다들 한방에 보이거나 계단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더라. 최정운의 입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 진지하게 상담하더라. 대화에 끼진 못했지만, 촬영 준비를 하면서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데 진짜 가족 같더라. 평온한 풍경이었다”며 선배 배우들도 위압적으로 후배들을 대하는 게 아니라 현장 분위기를 배려해줬다. 아역 배우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생각하며 촬영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윤단비 감독은 가족의 이미지를 찾다 보니까 닮은 분들을 뽑은 것 같다. 아빠 역의 양흥주는 전주영화제에서 ‘겨울밤에를 봤다. 가부장적이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 옥주 역의 최정운은 단편 ‘빛나는 물체 따라가기의 스틸을 봤는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연락을 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는데, 정말 순수하고 학생 같은 모습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승준은 오디션 볼 때도 들어오자마자 표정이 안 좋아서 억지로 온 거냐고 물으니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고 그러더라. 할 말은 다 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면서 시나리오에 나온 동주를 체화해서 만들어줄 것 같았다. 실제로 승준 덕에 영화가 따뜻하게 만들어졌다”며 할아버지 역의 김상동은 전문적인 배우의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예전에 같이 작업한 스태프가 ‘남매의 여름밤에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줬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살아온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캐스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남매의 여름밤'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는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윤단비 감독은 시나리오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촬영 전에는 배우들 경험치도 다르고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만났을 때 티키타카가 너무 좋았고, 앙상블을 만들어줬다. 처음 콩국수 먹는 신부터 찍었는데, 가족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는 찾아가는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할아버지 생일 파티에서 승준이가 춤추는 장면이 있지 않나. 촬영 전에 먼저 보여달라고 했더니 부끄럽다고 하더라.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자 뻔뻔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다들 진짜로 웃음이 터졌다. 그런 분위기가 명절 같기도 하고 좋더라. 승준이가 관객들과 대화에서 400만 공약으로 춤을 추겠다고 했다. 400만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승준이의 춤을 다시 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흥주 박현영은 현실 남매 같은 케미를 보여줬고, 최정운 박승준도 티격태격하면서도 금세 화해하는 남매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줬다. 김상동은 콩국수 먹는 신에서 동주의 의자를 끌어주는 모습 등 실제 손자를 대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현실감을 더했다. 그는 제가 대사를 쓰긴 썼지만, 배우들이 구애받지 않기를 바랐다. 실제 애드리브 장면이 많이 들어갔다. 포도를 먹는 신도 그렇고 현장 상황에 맞춰서 들어간 장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단비 감독이 '남매의 여름밤'이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광주에서 자란 윤단비 감독은 학창시절 광주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봤다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영화감독 윤단비를 있게 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야간자율학습을 안 듣고 광주극장을 자주 갔다.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이지만 삶을 여러 번 사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결정을 못 하다가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합격해서 가게 됐다. 천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처음에 영화를 한다고 할 때 아버지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했다. 아버지가 보기엔 덩치도 작고 여성 감독도 많지 않으니까 불안하셨던 것 같다. 지금은 먼저 차기작은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단비 감독은 차기작을 묻자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관객들을 데이터화 하거나 집단화하고 싶지 않다. 실패할 수 있어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남매의 여름밤이 제게도 큰 의미가 됐다. 지금의 배우와 스태프들을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다른 결의 영화가 나왔을 거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 바랐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니 제가 꿈꾸던 친구들이 실체화되는 게 울컥하기도 한다. 영화를 외롭지 않게 해주는 많은 분에게 감사하다”며 영화를 보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영화제에서 사람들이 울면서 안아줄 때도 그렇고 너무 떨리고 좋았어요. 언젠가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남매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곁을 지키겠습니다.(웃음) 영화가 지금 당장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뒤늦게 이 영화를 발견하더라도 관객에게 의미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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