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①]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허구처럼 보일까 두려웠죠"
입력 2020-08-19 07:01 
윤단비 감독이 '남매의 여름밤'으로 부산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그린나래 미디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윤단비 감독은 데뷔작 ‘남매의 여름밤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남매의 여름밤으로 지난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 넷팩상, KTH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것.
그뿐만 아니라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미래상 수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 수상,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대상인 뉴비전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 국내 영화 중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윤단비 감독은 영화제에 갈 수 있을까, 개봉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있었다. 후반 제작 펀드를 받고 부산에서 상영이 결정됐고 다행이다 싶었다. 만들어도 소개되지 못하는 영화도 많다. 부산에서 상도 받고 로테르담영화제 초청을 받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멀리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수의 사람이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관객들 호응도 그렇고 제 생각보다 영화가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윤단비 감독이 '남매의 여름밤' 제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방학 동안 아빠(양흥주 분)와 함께 할아버지(김상동 분)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최정운 분)와 동주(박승준 분)가 겪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같이 국수를 먹고 밥을 먹는 식구지만 때로는 궁상맞은 현실 앞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마는 현실적인 우리네 가족을, 인생을 펼쳐낸다.
윤단비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제 이야기가 정서에 많이 반영된 것”이라며 일상의 일들이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초고는 한 달 정도 걸렸다. 초반에는 장르적으로 접근했다가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기간이 늘어났다. 시나리오 작업은 6개월 정도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처음 제목은 ‘이사였는데, 두 남매에게 관객이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남매도 성인 남매도 보여주고 싶어 제목을 바꿨다”며 아빠가 코끝이 찡하다고 하는 고독한 계절 겨울이 아니라 더워도 복작복작 가족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평상에 바람 쐬면서 이야기하고, 텃밭의 작물이 자랄 때의 느낌이 좋아 여름을 배경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매의 여름밤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2층 양옥집은 할아버지 부부가 50년 동안 살면서 자식들을 출가시킨 곳이다. 인천 지역을 돌아다닌 윤단비 감독은 할아버지 부부를 설득한 끝에 사람 냄새, 가족 냄새 폴폴 풍기는 양옥집을 배경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그는 그 집에 애정이 간 건 중문이나 예상치 못한 곳곳에 1970년대 선풍기나 물품이 있더라. 집도 캐릭터니까 영화에 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미술이나 세팅으로 했으면 어설프게 되기 쉬운데, 그 집 곳곳에 느껴지는 생활감이 좋았다. 그래서 2층집에 맞게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OST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신중현의 ‘미련이 주요하게 쓰인다. 윤단비 감독은 시대성이 반영되고 애수 같은 게 있어서 ‘미련을 찾게 됐는데 버전이 많더라. 처음에는 김추자의 ‘미련을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장현의 버전을 들을 것 같아 다르게 썼다”며 음악이 감독의 의도처럼 보이길 바라지 않아 할아버지 오디오에서 나온다거나 라디오에서 나온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윤단비 감독이 장편 데뷔작 '남매의 여름밤'을 함께해준 스태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장편 데뷔작을 연출하면서 고민도 부담도 컸다. 그는 허구처럼 보일까 두려움이 컸다”며 잘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어둑어둑한 터널에서 제가 앞장서 있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출구를 못 찾겠다 싶을 때도 있었다. 뒤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롱테이크로 찍은 신도 많고 시간이나 동선이나 영화에서 담기게 될 정서나 고민이 많았다. 18회차로 한 달 반 촬영을 하고, 편집에도 공을 들였다. 어떻게 하면 인물의 감정 등 디테일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윤단비 감독은 함께 ‘남매의 여름밤을 함께해준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줬기 때문.
후반부 옥주가 우는 신은 처음에는 낮에 우는 걸 상상했어요. 남매가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급하게 찍으려고 했는데, 촬영 감독님이 그동안 쌓아온 것이 있는데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감정 몰입이 깨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아차 싶더라고요. 그래서 밤 시간대 촬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해요.(웃음) 정말 감사한 건 저희가 순차적으로 촬영을 했는데, 2층과 1층을 오가는 게 좋은 동선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들의 감정이 중요하니까 스태프들도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배려해줘서 정말 감사했어요.”(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