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취업희망 1위` 카카오의 색다른 인턴 실험…8주간 C레벨과 50여차례 미팅
입력 2020-08-18 15:09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초부터 카카오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는 8주간의 일정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와 주요 부문장(CTO·CFO·CRO 등)을 포함한 C레벨 임원들과 무려 50여 차례나 오찬·티타임 등의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전에도 다른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력이 있지만 사업에 바쁜 대표·임원들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반면 카카오에서는 거의 매일 고위 임원들과 만나고 있다. A씨는 "카카오 인턴십이 무척 특별하다는걸 느낀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파격적인 인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수백명 규모의 채용연계형 인턴십 지원자를 모집하고, 7월 초부터 인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개발자가 아닌 서비스·비즈 분야까지 채용을 대거 확대하는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특성상 종합적 사고방식의 '젊은 피'를 수혈해 '제2의 카카오톡'을 만들기 위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히는 카카오 답게 이번 인턴 채용에도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인턴의 3분의 1은 타사에 재직중이거나 합격했다가 인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카카오는 직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종합적 경험과 사고의 중요성을 반영하기 위해 세부 직무 구분 없이 뽑는 파격을 택했다. 카카오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Y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 같은 인턴 채용을 전담하게 했다. Y는 젊음(Youth)과 도전(whY not)을 상징한다. 인턴 채용 후에 각 부서로 배치돼 단순 업무를 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이들만을 위한 새로운 부서인 'XY TF'를 신설했다. 두 TF의 조직장을 맡은 황유지 팀장은 "무한과 미지 등 인턴들이 가진 한계 없는 가능성을 'X'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인턴십 프로그램은 경쟁보다 '경험', 과제보다 '스킨십'을 강조하며 인턴들에게 카카오스러움을 입히는 데 주력했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본질을 고민하고, 인턴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충돌과 의견 교환을 거쳐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자사 가치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C레벨 임원들과 50여차례 자리를 마련하며 공을 들였다. 인턴들은 입사 당일부터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가 직접 참석한 'CEO 톡톡' 자리에 참석했다. 첫 4일간 온보딩 프로그램에서 카카오 사업 소개를 비롯해 재직중인 임직원과 만났다. 인턴들은 C레벨 임원들을 만나 '이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현 위치에 올랐는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비결이 있는지' 등 개인적인 질문과 소회를 나눴다.
카카오는 인턴십 수행이나 업무를 위한 팁이나 기초지식을 안내하는 '버디'를 배정하는 등 밀착된 스킨십에도 힘썼다. 버디들은 함께 짝이 된 인턴의 다양한 질문, 고민 등을 돕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인턴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개인 단위 공통 과제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관심있는 주제를 설정한 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현직과 직접 대면해 답을 얻고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인 '카카오 알아가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카카오톡, 광고, 카카오맵, 소셜임팩트, 카카오TV 등 주요 사업 분야 외에도 '인터뷰 잘 하는 방법' '리서치 잘 하는 방법' 등 재직중인 임직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색 요소를 가미했다.
인턴 개인의 결과물은 카카오의 협업 도구 '아지트'를 통해 모든 임직원에게 공개된다. 팀 단위 과제도 인턴들의 자율성을 토대로 운영된다. 주제 선정부터 팀을 편성하는 것 모두 인턴들의 몫이다. 인턴십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이달 말 정규직 채용을 위한 전환 면접 이후 종료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턴들에게 경쟁이나 성과를 지향하기보다 업(業)을 대하는 자세나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몸소 체험을 통해 '카카오스러움'을 이해하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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