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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기회를 잡다 [김광현 프리뷰]
입력 2020-08-17 18:12  | 수정 2020-08-17 18:29
김광현이 마침내 선발로 데뷔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팬데믹속에 살아가는 2020년 사연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만큼 사연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가 드디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김광현) vs 시카고 컵스(카일 헨드릭스), 리글리필드, 시카고
8월 18일 오전 6시 15분(현지시간 8월 17일 오후 5시 15분)
현지 중계: FOX스포츠 미주리(세인트루이스), 마키 스포츠 네트워크(컵스)
한국 중계: MBC스포츠플러스

멀고 먼 길
지난 3월, 그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앞길에는 성공만이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시련이 먼저 닥쳐왔다. 전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며 그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연고지 세인트루이스에 남아 기약없는 시즌을 기다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꾹참고 버텼다."
7월 훈련이 재개됐고, 시즌도 돌아왔다. 여름 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스프링캠프당시 부상으로 이탈했던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돌아오면서 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 마무리라는 낯선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7월 25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개막전 5-2로 앞선 9회초 등판했다. 첫 타자를 수비 실책으로 내보낸 뒤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지만, 이후 두 타자를 잡으면서 어렵사리 세이브를 기록했다.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마무리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카디널스 구단은 진지하게 그를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콜라스가 다시 시즌 아웃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그 자리는 김광현이 아닌 다니엘 폰세 데 레온에게 돌아갔다. 올해는 그렇게 불펜에서 기회를 잡는듯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불펜으로 전환한 우에하라 고지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19의 검은 손길이 팀을 찾아왔다. 시즌 다섯 번째 경기를 치른 뒤인 지난 7월 30일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팀내에서만 1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한 차례 복귀를 준비했지만 또 다시 확진자가 나오며 기약없이 시즌이 연기됐다. 존 모젤리악 사장조차 "앞으로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보통 선수단을 이끄는 단장이나 사장은 취재진을 상대하는 자리에서는 어떻게해서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쓴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모젤리악 사장은 특히 김광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케이케이(김광현의 애칭)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미국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야구를 못하고 있다. 반면, 그의 나라 한국은 대처를 잘하고 있다(모젤리악 사장의 이 발언은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전에 남긴 발언이다). 그는 가족들을 6개월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늘 볼때마다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오랜 휴식 끝에 찾아온 기회
주전 포수와 유격수를 포함한 10명의 선수가 이탈했다. 팀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의미한다. 지난 주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 3연전에서는 구단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힌 딜런 칼슨을 비롯해 내야수 맥스 슈록, 투수 제이크 우드포드, 세스 엘레지, 롭 캐민스키, 로엘 라미레즈 등이 대거 빅리그 데뷔 기회를 잡았다.
김광현도 기회를 잡았다. 코로나19 관련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대신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마침내 그의 순서가 다가온 것. 이날 경기는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이 된다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실전 무대는 개막전 1이닝 소화가 유일했다. 3주 넘게 쉬었다. 처음부터 많은 이닝,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운드에 올라서 건강하게 내려온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승리한 것이 될 것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지만, 어느 정도는 너그럽게 봐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사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다. 지난 7일 잠시 격리가 해제되고 시즌 복귀를 준비했을 때 구단 훈련 시간에 라이브BP를 소화했다. 당시 쉴트 감독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보고싶었다. 휴식 이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 감각을 점검했다. 계획대로 던지는 능력이 투구가 진행될 수록 좋아졌다. 약한 타구를 많이 유도했다"고 평했다.
이후 선수단이 다시 격리됐지만, 이때는 호텔이 아닌 자신의 집에 격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한 번에 한 명씩 개인훈련 기회도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BP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펜 투구 정도는 소화하고 다시 실전으로 복귀하는 것.
어느 정도의 투구를 소화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16일 선발 등판한 애덤 웨인라이트는 5이닝 67구, 17일 등판한 다코타 허드슨은 4이닝 55구 정도를 소화했다. 이 둘은 한 차례씩 선발 등판을 했었다. 김광현은 이보다 조금더 적은 투구를 소화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3이닝 45구 수준 예상한다.
세인트루이스는 복귀 후 첫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가능성과 한계를 보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화이트삭스와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다. 첫날 더블헤더를 모두 이겼고, 다음날 경기를 내줬다. 첫날 경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1차전에서는 1회부터 상대 선발 루카스 지올리토를 괴롭히며 4점을 뽑아 승리했다. 2차전에서는 1-3으로 뒤진 5회초 4점을 뽑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도 이같은 모습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6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폴 골드슈미트는 "솔직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나가서 열심히 뛰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생각했다. 그냥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에서는 방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다. 유튜브를 보며 요가 정도를 하는 것밖에 없었는데 집에 격리됐을 때는 뒷마당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도움이 됐다. 여름캠프전 시즌이 중단됐을 때 집에서 준비하던 것을 똑같이 했다"며 호텔이 아닌 집에 머문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17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는 2-7로 졌다. 선발 허드슨이 내려간 이후 라미레즈, 엘레지, 캐민스키 등 신인 투수들이 이어던졌다. 아직 불펜 투수들이 연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오래 쉰 팀의 한계였다. 5회 마운드에 오른 라미레즈는 네 타자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며 험난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엘레지는 2 1/3이닝 무실점, 캐민스키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자들은 9이닝동안 6개의 안타를 때렸지만, 2점밖에 내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5타수 1안타, 잔루 7개를 남겼다. 6회 2사 만루에서 맷 카펜터의 적시타로 간신히 2점을 뽑았다. 상대 선발 댈러스 카이클을 끌어내리는 안타였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3연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카고의 북쪽에서 컵스를 상대한다. 3일간 두 번의 더블헤더 포함 5경기를 치르는 지옥의 일정이다.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좌완을 만나면 야수로 변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AGAIN 2016
이날 상대할 컵스는 현재 13승 6패로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3연패로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지구 최강팀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96득점을 내며 79점만 허용했다. 홈에서 8승 4패 기록중이며 좌완 선발 상대로는 5전 전승 기록중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던 2016시즌 모습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팀 타율 0.236(내셔널리그 9위) 출루율 0.337(3위) 장타율 0.411(9위) 기록중이다. 좌완 상대로는 타율 0.230 출루율 0.347(4위) 장타율 0.355(12위) 기록하고 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시즌 성적은 타율 0.182 OPS 0.631로 죽을 쑤고 있지만, 좌완 상대로는 야수로 변한다. 타율 0.417(12타수 5안타) OPS 1.146 기록하고 있다. 카일 슈와버도 좌타자임에도 좌완 상대 타율 0.263 OPS 0.970으로 강한 모습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 컵스에서 유일하게 좌완 상대로 두 번의 아치를 그렸다.
좌타자 제이슨 킵니스는 시즌 타율 0.355 OPS 1.154로 잘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좌완 상대로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6타수 1안타). 대신 데이빗 보트(타율 0.267 OPS 0.922) 하비에르 바에즈(0.286, 0.876) 이안 햅(0.313 0.825) 스티븐 수자 주니어(0.250, 0.775) 등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카일 헨드릭스는 개막전부터 완봉승을 기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전직 평균자책점 1위
상대 선발 카일 헨드릭스(30)는 2014년 데뷔 이후 줄곧 컵스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사이 다섯 시즌 중 네 시즌을 30경기 이상 등판, 177이닝 이상 소화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다.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6년에는 2.13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기록했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지금까지 네 차례 등판, 3승 1패 평균자책점 3.08(26 1/3이닝 9자책) 1피홈런 2볼넷 20탈삼진 WHIP 0.987로 호투하고 있다. 7월 25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개막전부터 완봉승을 거뒀다. 이후 네 차례 등판 중 세 차례 등판에서 6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막았다. 각 팀마다 짧은 캠프로 인해 투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는 상황이지만 그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프로에서는 라이벌 팀에게 강한 선수는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헨드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컵스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다. 세인트루이스 상대로 통산 18경기 등판, 8승 2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로 압도했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그는 이번 시즌 싱커(혹은 투심 계열) 34.58%, 체인지업 35.68%, 포심 패스트볼 16.74% 커브 13%를 구사하고 있다. 적은 샘플이지만 이번 시즌 유난히 커브 구사 비율이 높다. 싱커의 평균 구속은 87.2마일, 포심 패스트볼은 87.37마일 기록중이다. 원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을 넘지 않는 대표적인 느린볼 투수다. 대신 평균 구속 79마일 수준의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타자들을 속이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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