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학군,역세권…`집주인甲` 지역서 월세 비중 급증
입력 2020-08-17 16:03  | 수정 2020-08-18 16:07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이후, 학군·역세권 등의 이유로 세입자들이 몰리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월세 수요가 많아 집주인들이 뚜렷한 '갑(甲)' 위치에 있는 단지들의 경우,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기수요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을(乙)인 세입자는 월세전환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같은 월세 증가 현상의 심화는 세입자 주거부담을 더 증가시킬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한 이후 서울 내 약 30여개 단지가 월세매물이 단지별로 각각 5~30% 가량 증가했다. 아실은 인터넷 사이트를 기반으로 전월세 매물을 매일 업데이트하는데 전세는 100% 임차보증금 형태의 매물이며, 월세는 반전세를 포함한다.
30여개 단지 중 2개 단지는 월세 비중이 전세를 초월하기도 했다.
고속터미널역·사평역 인근으로 핵심 학군을 가지고 있는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전세매물이 43건으로 월세 매물(40건)보다 많았는데, 17일 기준으로는 월세가 51건으로 전세(35건)를 앞질렀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임대차법과 종부세법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수익이 더 나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도 아주 크게 부담되지 않는 한 월세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삼풍아파트 전용 79㎡는 현재 전세 시세가 약 8억원인데 월세는 70만원(6억원 보증금) 혹은 100만원(5억원 보증금)에 매물로 나와있다. 불과 세달 전 6억원 보증금에 월세가 5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거비 부담이 연 240만원(월 20만원) 더 높아졌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엔 전세가 1억원당 보증금 30만원 정도로 계산해서 전월세를 전환했는데, 이제는 35만원~40만원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이 중개업소 전언이다.
노원역 인근 상계주공7단지도 월세매물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이 94건으로 월세(55건)보다 많았는데 그 격차가 줄더니 17일이 되선 월세 매물이 57건으로 전세매물보다 4건이 더 많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인데 신혼부부 임차보증금에 대해 서울시가 이자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다수 세입자들이 전세를 원한다"며 "하지만 집주인들의 경우 월세를 선호해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로 찾는 강남구 학군지역도 월세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한티역 인근 약 3000가구의 대단지인 도곡렉슬은 전월세 매물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7월 31일 29.3%에서 8월 17일 34.8%로 증가했다. 바로 앞에 있는 대치아이파크 역시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이 37.2%에서 45.5%까지 증가했다.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중에서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세를, 그렇지 않고 다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세입자 역시 전문직 부부 등이 많아서 월 100~200만원대 월세는 감당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실의 유거상 대표는 "학군지역 아파트의 경우 연식이 비교적 오래돼 건축물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아 전세가를 엄청 많이 올리기도 애매하다"며 "또한 집주인들이 재산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더라도 더 수익률이 좋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축아파트 중에서도 일부 집주인들은 월세 매물을 내놓고 있다. 1~3년 전에 낮은 시세로 분양을 받은 터에 굳이 전세를 받아 잔금을 치룰 필요가 없이 월세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집주인 입장에선 이득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고덕강일4단지다. 지난해 공공분양을 한 해당 단지는 전용 59㎡가 4억원 중후반대에 분양됐다. 입주 후 실거주의무가 없고 전매제한만 5년 있다보니, 현재 1239가구 중에 318건이나 전월세 매물로 나와있다. 이 중 월세 매물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39건에서 73건으로 근 2배가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저렴한 분양가 덕분에 여유있는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올해 10월에 입주를 하는 힐스테이트클레시안 역시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7일까지 전세 매물은 566건에서 527건으로 줄어든 반면, 월세 매물은 253건에서 293건으로 증가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보증금 비율을 5% 이상 올릴 수 없게 되자 반전세로 우회해 월세를 올리는 것"이라면서 "전세로 살수 있던 사람들도 반전세로 계약해 비용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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