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당국 압박에 부담 느꼈나…NH證 사외이사 또 전격 사퇴
입력 2020-08-14 17:46  | 수정 2020-08-16 10:58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은행권 금융투자업계 사외이사들이 고객 보호와 주주 가치 보호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가운데 박상호 NH투자증권 사외이사가 전격 사임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박 사외이사가 지난 13일자로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기로 했다"고 1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박 이사는 삼성생명 법인영업본부장(부사장), 삼성선물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6월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고문을 맡았었다.
지난해 3월부터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해 왔다. 박 이사의 사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인 박철 사외이사가 사임했다. 당시 법무법인 바른이 옵티머스운용 측 법무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최근 NH투자증권 이사회가 옵티머스 고객 지원 규모 결정을 앞둔 가운데 고민과 부담감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퇴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고객 보호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이사회 설득과 사외이사로서 지켜야 할 주주 가치의 훼손, 그리고 법리적 판단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옵티머스 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안을 논의했으나 "충분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상태다. 당시 회의에서는 대승적 차원의 접근을 설득하는 경영진 측 이사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외이사들 간 입장 차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NH투자증권뿐 아니라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비슷한 고민과 갈등에 처한 상태다.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해 판매사에 1차적 보상 책임을 지우려는 금융당국 기조로 인해 판매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개인적인 압박과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 가치 제고와 회사 이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할 때는 언제고 대승적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고 압박하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을 권고한 뒤로 판매사 책임과 환매 중지 펀드에 대한 선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당국과 이사회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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