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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H證 사외이사 석연찮은 줄사퇴…금감원의 판매사 압박 부담됐나
입력 2020-08-14 16:03  | 수정 2020-08-21 16:07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은행권 금융투자업계 사외이사들이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보호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가운데 박상호 NH투자증권 사외이사가 전격 사임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박상호 사외이사가 지난 13일자로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키로 했다"고 1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박 이사는 삼성생명 법인영업본부장(부사장), 삼성선물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삼일회계법인서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해 왔다.
박상호 이사의 사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인 박철 사외이사가 사임했다. 당시 법무법인 바른이 옵티머스운용측 법무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상호 이사는 최근 NH투자증권 이사회가 옵티머스 고객 지원 규모 결정을 앞둔 가운데 고민과 부담감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퇴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고객 보호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이사회 설득과 사외이사로서 지켜야 할 주주가치의 훼손, 그리고 법리적 판단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옵티머스 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안을 논의했으나 "충분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상태다. 당시 회의에서는 대승적 차원의 접근을 설득하는 경영진측 이사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외 이사들간 입장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7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비단 NH투자증권 뿐 아니라 라임·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돼 투자자 선제 지원을 결정해야할 많은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비슷한 고민과 갈등에 처한 상태다.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해서 판매사에 1차적 보상 책임을 지우려는 금융당국 기조로 인해 판매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개인적인 압박과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이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할때는 언제고 대승적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고 압박하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은 앞서 라임무역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을 권고한 뒤로 판매사 책임과 환매중지펀드에 대한 선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최근 회의에서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회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금융사들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이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진행되듯 은행권도 금감원 배상안에 대한 동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자칫 이번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보상이 관례가 돼 버릴 경우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사모펀드가 손실시 예금처럼 보상이 되는 구조라는 투자자기책임원칙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증권사가 외국에서 활용중인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인용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아 자칫 배임죄에 휘말릴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당국과 이사회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소비자 보호를 경영 판단의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싶지만 주주가치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사외이사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대신증권의 경우 라임펀드에 대한 선보상을 올 2분기에 약 400억원 가량 실적에 반영하면서 사업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경영에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퇴를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되고 고객과 금융사·금융당국 등 모든 업계 구성원이 함께 합리적 수준의 컨센서스를 모색해가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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