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모님 댁에 있어서…" 중고거래 사기 `이것`만 알면 된다
입력 2020-08-14 14:26  | 수정 2020-08-15 14:35

◆ 요새 핫한 중고거래 ⑥ ◆
#. "지금 부모님댁에 와있어서요. 상품을 직접 보는 건 어렵고 사진은 여러장 보내드릴 수 있어요."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최진영(33, 가명)씨는 최근 당근마켓으로 중고 오븐을 구입하려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판매자가 부모님댁에 와있다며 직거래는 힘들고 제품 사진을 여러장 더 보여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판매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판매자는 자꾸 직거래 대신 택배를 권하며 값을 더 싸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최씨가 머뭇거리자 판매자는 "벌써 2명이나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연락이 왔다"며 그를 독촉하기도 했다.
최씨는 결국 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 판매자가 이후 마켓에서 사라진 것을 보고 최씨는 "하마터면 물건은 받지 못한채 돈만 날릴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 될수록 사기 거래 방식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 추가로 관련 상품을 보내주겠다며 돈을 더 요구하는가 하면, 현금이 부족하다며 가격 흥정을 원하는 구매자에게 돈을 빌려줄테니 신용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찍어달라고 한 사기 사례도 있다. 판매자가 보낸 간편결제 링크가 애초에 거짓이라 해외로 돈이 송금되기도 한다. 중고거래 앱 채팅창이 아닌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자고 하고 타인의 가족사진 등으로 프로필 사진을 속이기도 한다. 연락이 두절되는 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다반사다.
피해자 A씨는 "남에게 사기거래 사례를 들었을 땐 어떻게 저렇게 걸려들지 싶지만, 막상 판매자와 카카오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프로필 사진도 확인하면 신뢰가 쌓여 걸려들기 쉽다"면서 "'큰 금액도 아닌데 설마'라고 생각했다가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사진 제공 = 중고나라]
이 같은 사기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거래 앱은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기피해가 늘어날수록 해당 중고거래 앱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신뢰도는 하락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는 경찰청과 업무 공조를 하는 한편, 보안관 제도를 도입해 상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네이버 카페에 '안전거래 전용 게시판'을 설치해 안전거래 결제가 가능한 상품의 게시글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계좌이체를 요구하면 제재를 받는다.
중고나라는 "판매자가 의심스러울 경우 전화번호를 받아 직접 통화해보는 것도 사기를 막는 방법 중 하나"며 "해외에서 메신저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중고거래 시 발생하는 위험 거래의 상당수는 내부 시스템이 아닌 개인 메신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수료를 일부 지급하더라도 안전거래 시스템을 활용해 상품을 전달받은 뒤 판매자에게 송금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송금 전에 판매자의 기존 거래 이력을 살펴보거나 경찰청 사이버캅, 사기피해 정보공유 앱 '더치트' 등에서 판매자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번개장터 주요 사기 수법 안내 페이지 [사진 제공 = 번개페이]
번개장터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인공지능(AI)으로 사기피해를 막는다. 사기 상품 정보가 포함된 이미지를 학습해 사전에 사기 위험을 감지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번개장터 메신저인 번개톡으로 대화 중 사기 유형을 탐지하면 번개톡 내 알림메시지를 발송한다.
당근마켓은 30일마다 앱에 등록된 거주지에서 GPS 인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사기 피해를 예방한다. 거주지 반경 6km 이내 이웃과 연결되기 때문에 직접 만나 상품을 확인하고 거래해 사기 피해를 최소화한다.
또한, 사기 수법을 연구해 AI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으로 게시글 사전 검수에 들어간다. 문제가 되는 게시글은 애초에 노출하지 않고, 해당 판매자는 앱 사용이 정지된다. 서비스 곳곳에 이용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사기 신고가 접수되면 내부 확인을 걸쳐 사기 행위로 판단되면 해당 판매자의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사기 건으로 이용 중지된 사용자는 같은 전화번호로 재가입을 할 수 없다. 다른 전화번호로 가입을 시도하더라도 동일한 사용자임을 판별해 가입 즉시 차단한다.
당근마켓은 "채팅창에서 가입 정보와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줘도 상대에게 경고 메시지가 자동으로 뜬다"며 "사기 피해를 막고 건전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직거래 시 만남 장소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로 정하도록 권하는 등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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