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내까지 나와서 배송해요"…죽음으로 내몰리는 택배기사들
입력 2020-08-14 07:00  | 수정 2020-08-14 08:06
【 앵커멘트 】
코로나19와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1분에 1개꼴로 배송해야 하다 보니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추가 근무는 일상이고요.
가족까지 동원해보지만, 올해만 7명이 과로사할 정도로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먼저 신용식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새벽 6시, 택배기사 유성욱 씨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유 씨가 맡은 지역의 택배 물량을 고르고 다시 주소지별로 동선을 고려해 트럭에 옮기기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습니다.

▶ 인터뷰 : 유성욱 / 택배기사
- "배송을 단순하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다 구분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 업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전 11시,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은 배송 걱정에 허겁지겁 먹습니다.


오늘 하루 처리해야 할 물량만 350개, 제시간에 끝내려면 1분에 1개꼴로 배송해야 하는데 오늘같이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엔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비야 좀 그쳐라."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결국 아내까지 일손을 보탰지만 힘든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오늘 배송은 출근 17시간 만인 오후 11시 넘어 끝났습니다.

▶ 인터뷰 : 조미소 / 유성욱 씨 아내
- "신랑 혼자 하기엔 시간 많이 걸리니까…저도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손이 정말 다 이래요."

올 상반기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만 7명, 노조가 주장한 사례까지 더하면 12명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13시간의 과중한 노동 강도에 5명 중 1명은 가족과 함께 나오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들에게 주5일 근무나 휴가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 인터뷰 : 서형주 / 택배기사고 서형욱 씨 누나
- "평일에 쉬는 날이 있었다면 미리 병원에 가서 갑자기 사망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일요일 저녁에 갔는데 좀 늦었죠."

급기야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주자는 노조 측 제안으로 택배산업이 도입된 지 28년 만에 오늘 하루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됐습니다.

MBN뉴스 신용식입니다. [dinosik@mbn.co.kr]

영상취재 : 구민회·김원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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