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네의원 14일 4곳중 1곳만 휴진…의협 독려에도 파업 저조
입력 2020-08-13 21:48 

정부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재차 요청했지만, 동네의원 중심의 개원가 및 전공의들이 14일 예정대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그러나 일부 환자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진료공백에 의한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휴진을 독려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24.7%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3일 오후 2시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동네 개원의 3만 3836곳중 8365곳, 즉 24.7%만 휴진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4개중 1개꼴로 휴진을 한다는 얘기다. 이번 의료계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의료 반대 이후, 역대 세번째이다. 2014년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은 의협 추산 49.1%, 복지부 추산 20.9%였다.
의원급은 전체 의료기관 약 9만 2000개중 45%에 달하는 3만 3000여개이지만, 진료비중은 약 20%(2017년 기준 19.69%)를 차지한다. 휴진 의원수와 진료비중을 감안한 진료공백을 추산해봤을 때 총 진료의 4~5% 안팎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및 일부 전임의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진료공백이 우려된다. 전공의들은 전문의(교수급) 진료 및 수술(시술)을 보좌하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잡무를 도맡아하고 있어 일부 환자는 불편이 예상된다.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전임의는 펠로 또는 임상강사로 불리는데, 직접 수술을 집도하기도 한다.
일부 동네의원은 14일 휴진을 하지만 병원은 진료를 정상대로 한다. 상급종합(대학)병원은 1차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가 필요하지만 일반 병원 및 종합병원은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치과병의원, 약국은 정상 운영되며, 한방병원과 한의원도 평소대로 진료를 한다. 대학병원에 가야하는 응급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응급실을 비롯해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고 상급종합병원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원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는 전화로 확인 후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휴진과 달리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이번 파업에서 제외된 데 따라 크게 우려할 만한 응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업무 역시 무리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대한병원협회는 복지부 요청을 받아들여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휴진 당일 진료 연장과 주말 진료가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이번 휴진에 따른 환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진료개시 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행정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집단 휴진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의사협회가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을 놓고 사실상 정부와 타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협은 정부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2, 3차 파업도 고려하고 있어 자칫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연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인력공백이 지속되면 중증이나 응급환자를 위한 필수 업무만 빼고 나머지 진료 등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나 의협이 대화와 타협을 얘기하고 있지만 밑바닥에는 상대방의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의협이 의료접근성이 좋고 의사비율 증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1000명당 임상의사(한의사 포함)수가 2000년 1.3명에서 2017년 2.3명으로 늘었다. 인구구조 변화로 OECD 평균 증가율(27%)보다 높지만 고령비율이 높은 농촌·소도시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접근성도 대도시는 좋지만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의사가 부족해 매우 열악하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도시 의사를 찾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왕진(往診)이 활성화될 경우 의사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의료의 질을 우려하지만 지금도 서울·수도권-지방 대학병원간, 종합병원-의원급 간의 의료수준이 엄연히 존재한다. 의료의 질은 의사의 평생교육 및 원격의료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