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국채 떠난 글로벌자금 "위험자산 베팅"
입력 2020-08-13 17:52  | 수정 2020-08-13 20:17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떠나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수급 요인이 겹치면서 미 국채 금리도 한 달 새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13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7월 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글로벌 ETF는 미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SPDR Bloomberg Barclays 1-3 Month T-Bill ETF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만 1조7600억원(약 14억9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고, 이달 들어 11일까지 59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미 국채에 투자하는 ETF는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무려 5개나 포함됐다. 역시 만기 1년 미만의 미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Short Treasury Bond ETF에서도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다. 단기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미 국채에 투자하는 ETF도 썰물을 피해가지 못했다. iShares 7-10 Year Treasury Bond ETF에서는 7월 이후 1조8100억원이 빠져나갔고, 그 외 SPDR Portfolio Intermediate Term Treasury ETF, iShares 1-3 Year Treasury Bond ETF에서도 각 1조7400억원, 1조1500억원가량이 순유출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에서 투자자 이탈이 본격화된 셈이다.
지난달 미 증시가 주춤하는 사이 미 국채를 떠난 ETF 투자자들은 금ETF, 하이일드ETF 등으로 몰렸다. 그러나 8월 들어서는 S&P500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SPDR S&P500 ETF Trust가 자금 순유입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7거래일 만에 무려 2조2800억원의 거금이 몰렸다.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지난달 일일 확진자가 7만명대를 상회했으나 이후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12일 기준 미국 내 일일 확진자는 5만5170명, 누적 확진자는 521만명에 달한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도 경기 반등론에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미국의 7월 고용추세지수(ETI)는 50.89를 기록해 석 달 연속 반등을 이어갔으며, 7월 소비자물가지수도 0.6%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던 미 국채 금리도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채 3년물은 지난 4일 0.1%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13일 기준 0.19%까지 9bp 올랐다. 같은 기간 10년물, 30년물도 각각 17bp, 18bp 올랐다. 이번 주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던 만큼 수급 요인이 금리를 밀어올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11일 3년물 국채 56조8000억원(약 480억달러), 12일 10년물 국채 44조9900억원, 12일 30년물 국채 30조7800억원을 연달아 발행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 부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물가지표와 고용지표 등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경기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며칠 사이 금값도 안정되고 있는 등 위험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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