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박스피 돌파 선봉장에…반도체 대신 배터리·바이오가 나서
입력 2020-08-13 17:43  | 수정 2020-08-13 20:00
◆ 금융의 판이 바뀐다 ③ / '천수답' 벗어나는 코스피 ◆
한국 증시가 반도체에 의존하는 '천수답 증시'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로 투자 자금이 쏠렸지만 올해 들어 배터리, 바이오, 플랫폼 등 산업으로 다양하게 퍼지고 있다. 이 결과 국내 시총 부동의 2위였던 반도체의 SK하이닉스(13일 기준 시총 58조7498억원)는 바이오 대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54조2553억원)와 배터리 대표주인 LG화학(52조266억원)에 추월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 같은 현상은 코스피200 편입 종목 변화를 살피면 명확히 드러난다. 코스피200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가증권 시장 종목 200개를 유통주식 비중 등을 감안해 산출하는 지표다. 한국 증시를 어떤 종목이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할 때 유용하다. 코스피200 가운데 반도체 업체 비중은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으로 코스피200 가운데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비중은 34.5%였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반도체 대표주 비중은 37.4%였는데 올해 들어 2.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5.2%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기간에 SK하이닉스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에서 4.8%로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배터리(2차전지), 바이오, 플랫폼과 같은 미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폭으로 올랐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4.2%에서 이달 12일 7.4%로 늘어났다. 특히 LG화학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 2분기 배터리 부문에서 깜짝 영업 흑자를 기록하며 최근 들어 LG화학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다. LG화학 주가는 올해 들어 132.1% 급등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시총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4위로 상승했다. LG화학의 외국인 지분율도 지난해 말 37.6%에서 이달 12일 55.4%로 상승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가 나쁘지 않지만 다른 산업이 동반 성장해 다양한 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수익률이 높지 않아도 성장하는 산업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체 또한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바이오 산업 전망이 밝다고 보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0%였지만, 지난 12일 기준으로 4.7%까지 상승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부동의 2위' SK하이닉스를 불과 3조원 차이로 뒤쫓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89.4% 상승했는데, 외국인 지분율은 9~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개인투자자가 집중 매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6000억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면서 4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면서 "대형 계약으로 위탁생산(CMO)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뢰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체 또한 한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핵심 업종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언택트(비대면)'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네이버·카카오가 한국 증시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총 22위(삼성전자우 제외)였지만, 13일 전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가운데 9위까지 상승했다. 네이버는 시총 순위에서 3~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4.6% 상승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스닥 다음으로 높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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