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름 모기 실종사건 전말
입력 2020-08-13 11:12  | 수정 2020-08-20 11:37

"앵~~~~"
여름철 밤마다 잠을 설치게 만드는 모기의 성가신 소리를 올해는 조금 덜 듣게 됐다.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의 영향이다.
1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31주차(7월 26일~8월 1일) 9개 시·도에서 채집된 평균 모기 수는 531마리로, 평년 평균인 896마리에 비해 40.7%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놓고 보면 무려 57.5%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체 및 매개체 감시 정보를 주간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모기 개체수가 줄어든 이유는 51일째 이어진 장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는 일반적으로 물 위에 알을 낳는다. 모기 알은 약 3일 만에 부화돼 유충이 되고, 약 10일 뒤 성충으로 자란다.
하지만 요즘처럼 비가 쏟아져 내리면 유충이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 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30년간 모기를 연구해온 이동규 고신대 교수는 "모기가 제일 좋아하는 수심은 10cm 내외"라며 "비가 많이 오면 수심이 깊어지고, 유충이 결국 바다로 떠내려가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가 많이 오면 모기 성충의 활동도 줄어든다. 보통 나뭇잎 밑과 같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에 숨어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장마 기간 모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기 개체수가 줄어들며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발생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31주차까지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250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24.2% 줄어들었다. 이 교수는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농촌에 많이 서식하는데, 올해는 장마로 인해 개체수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주말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면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기가 가장 잘 번식하는 온도는 20~30도 내외다. 날씨가 추워져도 활동을 못 하지만 너무 더워져도 활동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장마 이후 날씨 여건에 따라 모기 개체수가 평년 수준을 회복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성충이 알을 낳고 모기 성충이 되기까지 열흘 정도 소요된다"며 "9월 기온이 모기가 활동하기 좋을 정도로 높으면 평년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지만, 가을 날씨로 일찍 접어들게 되면 모기가 활개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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