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분적립형 주택 원조 영국은…"이혼·사별 가구도 혜택"
입력 2020-08-13 10:52  | 수정 2020-08-13 10:54

"목돈이 없는 저소득 가구, 사회초년생에게 '주택 소유'에 대한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지분적립형 분양은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신혼부부 등에 쏠리게 하기보다는 이혼이나 사별 가족 등으로 대상 확대가 필요합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분적립형 분양'을 추진하면서 그 원조격인 영국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8·4 주택공급방안에 포함된 지분적립형 분양은 주택취득 초기에 분양가의 20~25%만 부담해도 소유권을 얻고 나머지 지분을 4년마다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매일경제는 조영하 옥스퍼드브룩스대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조 교수는 이미 지분적립형 분양을 1980년대부터 도입한 영국 'Homebuy 선례를 연구해 SH공사 등이 자문을 구한 이 분야 권위자다.
영국의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국 주택 이미지 [사진 제공 = homebuyservice]
조 교수는 영국 지분적립형을 가입한 10가구 중 6가구(61%)가 지분을 100% 취득해 자가 소유를 달성했다는 최신 연구결과(2018년 기준)를 들며 목돈이 없는 저소득가구나 사회초년생의 주택 자가보유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초기 목돈이 적게 들고, 차츰차츰 나머지 지분을 갚아나가는 지분적립형 분양이 자가 소유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지분적립형 가입자 가운데 대출금과 월세(나머지 지분에 대한 월 임대료)를 못내서 주택을 상환해야 하는 비율이 전체 가구의 0.02%에 불과하다"며 "일반주택 소유자가 대출금을 못갚아서 주택을 상환하는 비율(0.05%)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국 지분적립형의 경우 비판도 많다고 조 교수는 전했다. 왜냐하면 민간업체가 공급을 하는데 감정평가 비용을 비롯한 각종 수수료와 각종 유지관리 비용은 수분양자(개인)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2만 유로(한화 약 2억7000만원)이고 초기 투자금이 5000유로(약 700만원)라고 가정하면, 대출 상환원금과 월별 서비스 수수료, 월세 등을 감안해 한달 평균 약 650유로(90만원)을 내야 한다. 조 교수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 상승률보다 높아 매년 갚아야하는 지분 가격이 오르는 것도 부담 요소"라며 "아울러 주택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때마다 변호사 의뢰비용, 취득세 등으로 평균 2000유로(약 280만원)을 더 내야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서 SH공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아닌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지분 값을 정해서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는 비용을 낮춰줄 예정이다.
조 교수는 이어서 "영국의 경우 지분적립형 분양 수요가 비교적 적어서 선착순으로 이를 모집하며, 공급업체 또한 민간업체다"라며 "투자자인 민간업체 입장에서 보면 매각되지 않은 주택 지분으로부터 여전히 월세 수입을 거두는데 수익률이 2.75%(초기 기준) 정도여서 장기투자 용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반면 SH공사는 지분적립형 분양에 민간 투자자를 들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브랜드 `연리지 홈` 이미지 [사진 제공 = SH공사]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서울시안에 대해 "지분적립형 분양의 가입자 대상을 더욱더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격조건과 구매 주택의 크기 제한, 지분 취득 시기와 방법 등에 있어서의 제한이 다소 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2030가구나 특정가구(청년가구, 신혼가구)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일반가구들도 이혼이나 사별 등 가족 상황의 변화로 인한 문제가 동일한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분적립형 분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을 도입하며 신혼부부 물량으로 40%를 배정하고 선정방식도 '100% 추첨'을 도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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