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연체율 `사상최저`…코로나 아이러니
입력 2020-08-12 17:19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계 빚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은행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과 함께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됐다는 측면에서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6월 말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3%로 전월 말(0.42%)에 비해 0.09%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0.41%)보다도 0.0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은행 연체율은 2018년 5월 0.62%에서 같은 해 12월에는 0.4%로 내려갔고, 이후 0.4~0.5% 선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말 0.36%로 다시 하락했다. 올해 1~5월 0.4% 안팎에 머물던 연체율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0.3%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6월 은행 연체율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하락한 첫째 요인으로는 은행들이 분기 말마다 연체 채권을 상각하는 데 따른 '분기 말 효과'가 꼽힌다. 올해 6월 은행들이 정리한 연체 채권 규모는 2조8000억원이었다. 다만 올해 6월 은행 연체 채권 정리 규모가 통상적인 연체 채권 정리 규모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2018년 6월 2조9000억원, 지난해 6월 2조8000억원 등으로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프로그램과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기조 심화 영향이 크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0.39%로 전월 말(0.52%)에 비해 0.1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가계대출 연체율 하락 폭(0.05%포인트)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기업대출 연체가 발생하는 빈도 자체가 줄어들면서 연체율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주 수요계층인 중소기업대출(중소법인·개인사업자대출 포함) 연체율은 한 달 전에 비해 0.15%포인트 내려갔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대출 차주들 부담이 경감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금감원 측은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낮췄는데,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6월 들어 은행권 대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더 강해지면서 대출 차주들 이자 부담이 줄어 연체로 이어지는 사례가 줄어드는 경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시장 과열, 신용대출 확대 등으로 신규 대출이 늘어난 부분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