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거 중국 앱이었어?" 70여개 리스트 등장…인도에서는 중국앱 찾아 알아서 삭제해주는 앱도 나와
입력 2020-08-12 15:58  | 수정 2020-08-13 16:07

미국과 인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중국 기업이 개발·운영하는 앱을 지우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분쟁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 중국 정부의 해외 앱 차단 및 자국 앱 육성 정책에 반감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 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2일 국내 트위터, 네이버카페, 블로그,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꼭 지워야할 중국 앱'의 목록을 정리한 게시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중국산 앱의 목록을 널리 공유하고 있다. 중국 앱 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전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더 많은 중국 앱이 '색출'돼 삭제 목록이 약 50개에서 70개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불안감은 확산되는 추세다. 네이버 등 검색 포털에는 일부 문구만 쳐도 자동완성이 될 정도로 이용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스트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 등 중국 기반 거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포함됐다. 또 '유라이크' '카메라 360' '포토원더' '뷰티플러스' '원더카메라' '메이투' '캠스캐너' '메이크업 플러스' '포토 그리드' 등 1020세대가 애용하며 앱 마켓 순위 상위를 차지한 카메라 앱·촬영 앱이 다수 지목됐다. 유라이크의 경우 틱톡 개발사 바이트댄스가 만든 카메라 앱으로, 지난해 국내 애플 앱스토어 전체 다운로드 순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중국 앱 지우기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은 인도다. 국경 분쟁이 촉발한 반중 감정 때문이다. 인도 현지에선 설치 시 내 스마트폰에 깔린 중국 앱 리스트를 보여주고 삭제하도록 돕는 '리무브 차이나 앱(Remove China App)'이라는 앱이 등장했다. 인도 원터치 앱랩이 개발한 이 앱은 5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가장 인기 있는 무료 앱 목록에 오르기도 했으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지난 6월 정책 위반을 이유로 이 앱을 차단했다. 지난달에는 인도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틱톡과 위챗 등 59개 중국 앱을 차단하는 사용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틱톡'과 '위챗'을 저격하고 나섰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앱 지우기 운동'의 기저에는 단순한 정치적 시장경쟁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세를 불려온 중국 인터넷 산업에 대한 뿌리 깊은 의심과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앱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활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틱톡 측은 "개인정보는 서버가 있는 현지 국가의 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정부가 이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 바이두, 메신저 위챗 등 그동안 중국 정부와 밀접한 연관을 통해 성장해온 앱들이 많은 만큼, 의혹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카카오톡·라인, 미국의 페이스북·구글 등 해외 인터넷기업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온라인 쇄국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에 협조적인 자국 인터넷기업들이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틱톡에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1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방통위는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이를 해외로 옮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중국 앱 삭제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그동안 중국이 해외 기업의 서비스를 차단하고 자국 기업을 육성해온 것에 대한 반대급부에 가깝다"며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급성장의 바탕이 됐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