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보낸 아름답고 아찔한 하루밤…롯데월드타워 비박 체험기
입력 2020-08-12 15:41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써머레스트(SUMMEREST) 2020` 비박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타워 야외 최상층부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물산]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게 되는 겁니다."
지난 7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 최상층부. 12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뒤 계단으로 3개층을 더 올라야 다다를 수 있는 이 곳에서 이색 캠핑 체험 이벤트가 열렸다. 성인 남성의 평균키보다 약간 낮은 쇠난간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침낭을 덮고 밤을 보내는 '비박' 체험이다. 난간 위로 고개를 내밀면 화려하게 펼쳐지는 서울 야경과 함께 타워 높이가 아름답고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곳에 겁없는 성인 남녀 20명이 모였다.
이번 행사는 롯데물산이 8월 한달간 진행하는 '서머레스트 2020'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도심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박(biwak)은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지새는 일을 뜻하는 독일어다. 군대에서 경비병이 밤을 지새며 감시하는 것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주로 전문 산악인들이 침낭 하나에 의지해 산에서 잠을 자는 행위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롯데월드타워는 물론 지상 500m가 넘는 마천루 꼭대기에서 야영을 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 서울 시내 호텔 중 가장 높은 시그니엘 서울보다 25개층 높은 위치이며 남산타워(479.7m)와 비교해도 거의 100m 더 높은 위치다.
그만큼 행사 내내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이뤄졌다. 참가자는 모두 추락을 막아주는 장치(하네스)를 착용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모든 개인물품은 소지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도 별도 케이스에 넣고 목에 걸어둔 채 사용해야 했다.

모든 안전조치를 마치고 타워 옥상에 올랐을 때 난간 너머 펼쳐지는 서울 야경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오후 늦게까지 구름낀 날씨였기에 하늘 아래에 주황빛으로 물든 선명한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아직 장마가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침낭은 옥상에서 또 두 갈래로 나뉜 기둥 사이층에 마련됐다. 약 40m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침낭 앞에 서니 안전요원이 입고있던 하네스와 땅을 묶는 안전줄을 고정했다. 자는 도중에 뒤척이다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순간부터 아침까지 반경 1.5m 이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앉아서 도시 야경을 보는 것 밖에 없었다. 540m 높이의 비박 장소에서는 LTE 전파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낭도, 베개도, 몸도 모두 묶여있는 상태에서 잠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하네스가 몸을 조으고 있는 탓에 누워있는 자세를 바꾸는 것도 불편했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느껴졌던 바람도 밤새도록 몸을 에워싸는 탓에 새벽녘에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여름 밤이 얼마나 춥겠어"라는 생각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갔던 탓에 추위는 배가됐다. 시간이 흐를 수록 마치 에벌레처럼 몸을 침낭 속으로 구겨넣고 있었다.
고통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새벽 5시께 동녘에서 떠오르는 붉은 기운이 몸과 마음을 스르륵 녹이고 있었다. 서울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동해 바다에서 보는 것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뭉게구름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밤새 뒤척이며 불편했던 기억은 일출 한번에 눈녹듯이 녹아버렸다.
서울 최고 높이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은 참가자들에게도 뜻깊은 추억으로 남았다. 유튜브 채널 '초록'을 자신의 체험을 공유하고 있는 조민근 씨(22)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야경부터 해돋이까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고 회상했다.
롯데월드타워 비박 행사는 이날 하루로 끝났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 위와는 별도로 지상 잔디광장에는 BMW 신형 SUV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존'이 설치됐다. 이날 하루만 진행된 비박과 달리 차박 행사는 8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된다. 7~8월 롯데월드몰에서 누적 10만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롯데월드타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면 지원할 수 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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