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박주민은 왜 옆 얼굴을 쓰나…포스터의 정치학
입력 2020-08-12 14:22  | 수정 2020-08-12 14:42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현수막 사진들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어지는 전국대의원대회 현장에선 유독 한 후보자의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박주민 의원이다. 다른 당대표 후보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물론, 최고위원 후보자 8인 모두 정면 상반신 모습을 현수막에 사용한 것과는 다르다.
박 의원은 '왼쪽 옆 얼굴'을 쓴다. 지난 달 25일 열린 제주도당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사용한 현수막이 대표적이다. 45도 정측면도 아니다. 얼핏 보면 박 의원인지 식별이 안될 정도로 온전한 옆 얼굴을 담았다. 또 지난 2일 대구광역시당·경상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내걸은 현수막에는 정측면의 전신을 담았다.
선거용 사진의 정석 대신 파격을 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의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머지 후보들은 유달리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정면 사진을 쓰고 있다. 전당대회의 죽은 열기가 후보들의 지루한 컨셉으로 그대로 투영돼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의원은 '40대 기수론'을 걸고 당권 레이스에 막판 등판했다. '이낙연·김부겸' 양자 구도에는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이처럼 현수막을 변주할 수 있었던 이면엔 무엇보다 인지도에 대한 확신이 자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친문 권리당원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또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김부겸 후보처럼 선거 사진은 보통 보수적으로 가기 마련"이라며 "누구나 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없다면 어떻게 감히 선거 포스터, 현수막에 옆 얼굴을 쓸 수 있겠나"고 짚었다.
야심도 엿보인다. 박 의원은 선을 그었지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흘러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낙연 대세론이 굳혀져 있는데도 박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 건 결국 '정치적 체급' 올리기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대개 옆 얼굴 초상은 해외 정치권에서도 거물급이 사용한다. 영국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는 힐러리 클린턴의 유명한 측면 초상이 있다. 이 초상을 콕 집어 오마주한듯, 이언주 전 의원도 본인의 저서인 '나는 왜 싸우는가' 표지로 측면 사진을 쓴 바 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경우 유독 측면 초상이 많다. 안면 비대칭이었던 탓에 측면을 선호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지난달 25일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제주도당 대의원대회 [사진 = 박주민 의원실 제공]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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