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숨 막히고 괴로웠다" 경찰관 극단선택 뒤엔 '먼지털이식 감찰' 있었다
입력 2020-08-11 13:08  | 수정 2020-08-18 14:04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강원 고성경찰서 A 경위가 음주운전과 관련이 없는 '별건 감찰'과 '먼지털이식 감찰'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11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발전위원회(직발위)에 따르면 A 경위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 해소를 위해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과 직발위 관계자로 꾸려진 특별조사팀은 경찰청 감찰부서에서 A 경위를 상대로 이 같은 감찰을 벌였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진상조사 결과 본청 감찰은 음주운전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을 확인하는 '별건 감찰' 또는 '먼지털이식 감찰'로 보이는 점검을 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상응한 책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본청 감찰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치를 위해 신속히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를 열어 그 권고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경찰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에 대해선 절제된 감찰과 조직 구성원의 인격권 존중을 기본 바탕에 두고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A 경위는 지난 6월 속초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이튿날 직위해제 됐습니다.

같은 달 26일 낮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습니다.

A 경위가 남긴 유서와 수첩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글과 함께 경찰청이 음주운전과 무관한 감찰을 진행해 괴로워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음주운전 혐의와 공금유용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 공무원 신분을 잃고 검찰 수사를 받고 징역형을 살 것 같다'며 숨 막히는 불면과 괴로움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족은 이를 토대로 A 경위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동기에 의문을 제기했고 경찰청은 지난달 6일부터 23일까지 특별조사를 진행했습니다.

A 경위의 죽음에 먼지털이식 감찰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직발위 관계자는 "단순 자살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경찰조직 내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가 나왔다"며 "별건 감찰을 금지하는 내용을 훈령으로 만드는 등 문서화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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