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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재평가…"올 이익률 해외경쟁사 2배"
입력 2020-08-10 17:33  | 수정 2020-08-10 22:23
현대차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올해 상반기 현대차 실적이 다른 경쟁사보다 선방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또 현대차가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선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는 주가가 강하게 반등했다. 현대차 주가가 17만원을 돌파한 것은 201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7.2%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4위에 자리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설계 완성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자동차협회(NAF)가 실시한 주행 거리 테스트에서 현대차 코나는 주행 거리가 547㎞였는데, 테슬라 모델S(645㎞)와 모델3(612㎞) 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기차는 주행 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짧아 이를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는 현대차가 위기 때마다 발휘하는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를 올해 상반기 출시해 실적 하락을 방어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를 반영해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 점유율 86.2%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4.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내수 경기 진작 차원에서 지난 3월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며 비교적 소비 여력이 충분한 소비자들이 고급차 위주로 구매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를 반영해 1~7월 현대차는 국내에서 46만1994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수치다. 비록 같은 기간 해외 판매가 28.5% 줄었지만, 다른 글로벌 경쟁사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9개사 가운데 테슬라와 현대차, 기아차만 영업 흑자를 달성한 것도 이런 이유다. 테슬라는 2분기 영업이익률 5.4%를 기록했는데, 현대차(2.7%)와 기아차(1.3%) 또한 양호한 실적으로 투자자의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보다 손익 구조가 우수한 이유는 자동차 제품군을 다변화한 결과"라면서 "시의적절한 신차 출시와 견고한 내수 시장, 시장 흐름에 맞는 라인업 구축 등이 작용해 부진을 견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4.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도요타(4.6%)와 폭스바겐(2.4%), GM(2.3%)을 큰 폭으로 앞서는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3.4%였는데, 오히려 올해 기민한 경영 판단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도요타 영업이익률은 8.2%에 달했고, 폭스바겐(5.8%)과 GM(6.1%) 또한 현대차를 멀찌감치 앞선 상태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81% 늘어 3조67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매출이 올해 2.9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신차 출시를 지연하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신차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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