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손실 알고도 안알리는 금융사 제재
입력 2020-08-10 17:16  | 수정 2020-08-10 19:35
앞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사람이 신용도가 올라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금융회사는 이를 적극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면 '불공정 영업'에 해당돼 소비자는 만기 전이라도 즉시 대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최근 사모펀드 사태처럼 펀드 가입자 재산에 피해가 발생할 상황이 인지됐는데도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으면 불공정 영업 행위에 포함된다. 아울러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금융상품 범주에서 단기 보장성 보험이나 증권담보대출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시행령은 이달 말 최종 확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한 뒤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소비자 권익 신장과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 제고 차원에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5년 내)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 등 소비자 보호 장치가 강화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회사가 불공정 영업·부당 권유 행위를 하거나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을 위반했을 때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다. 시행령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우선 불공정 영업 행위에는 '계약해지 신청·금리 인하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거나 처리를 지연시켰을 때'가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출받은 사람이 임금 인상·승진 등 요인으로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유 없이 거절당하면 소비자가 해당 금융회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대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해지 후 3영업일 내에 소비자에게서 받은 금전·약정이자도 반환해야 한다.
또 재산상 피해 우려가 발생할 상황이 인지됐는데 소비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도 불공정 영업 행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자체 점검 등으로 특정 펀드에서 손실을 예상했을 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소비자에게 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주어진다. 다만 이는 계약 자체를 취소한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금융회사가 원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 배상과 관련해서는 분쟁 조정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 추가적 절차가 필요하다.
이 밖에 △소비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해지하거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소비자 정보, 신용 수준과 상환 능력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리에 반영하지 않는 행위 △계약 변경·해지를 이유로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수수료 지급을 요구하는 행위 등도 불공정 영업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령은 '부당 권유 행위'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때에도 '적합성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회사가 상품 판매에 앞서 소비자가 해당 금융상품을 구입하기에 적정한 재산·소득 등을 갖췄는지를 미리 파악하는 소비자 보호 원칙을 뜻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는 변액보험·금융투자상품·대출성 상품 등을 판매할 때 소비자 연소득과 순자산 등을 의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금전 대여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투자성 상품 권유와 연계해 금전 대여를 권유 등도 부당 권유 행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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