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화점의 굴욕…`美최대쇼핑몰 소유주` 사이먼, 아마존창고 영입협상
입력 2020-08-10 12:28  | 수정 2020-10-21 13:26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을 결정적 계기로 쇼핑몰 나들이보다는 '집에서 택배 물품 뜯어보기'가 더 큰 일상으로 자리잡자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주' 사이먼프로퍼티는 백화점 자리를 '전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물류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아마존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용 부동산소유·관리업체인 사이먼프로퍼티가 백화점 자리에 아마존 물류창고를 들이기 위해 아마존 측과 본격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격인 아마존은 사이먼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쇼핑몰 파괴자'로서 가장 큰 도전자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각자 계산이 달라진 결과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특히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유행병 시대의 새로운 일상으로 바꿔놓은 것이 사이먼과 아마존 협상을 자극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자리한 사이먼프로퍼티의 카이사르 쇼핑몰 풍경/자료 사진 제공=사이먼프로퍼티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이먼이 백화점에 임대했던 쇼핑몰 공간을 아마존 유통허브로 바꾼다는 안을 놓고 아마존 측과 협상에 나섰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협상 대상은 사이먼이 기존에 JC페니·시어스에 빌려줬던 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 공개자료인 5월 임대차 상황을 보면, 사이먼은 JC페니에 총 63개, 시어스에는 11개 매장을 임대해줬다.
사이먼이 이번 협상에 나선 이유는 '주요 고객 임차인'이던 오프라인 백화점들이 시대 변화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18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JC페니는 지난 5월 15일 텍사스주 남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간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급성장에 눌려 실적 부진을 이어오다가 4월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 사태를 맞으면서 사업이 힘들어진 탓이다. 이 때문에 JC페니와 비슷한 시기인 5월에는 4일 소매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에 이어 7일 '112년 역사의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가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이어 이달 2일에는 2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앤테일러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편 사이먼의 또다른 핵심 임차인인 시어스는 앞서 2018년 10월 15일, 뉴욕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시어스 사례도 '125년 전통의 백화점 강자'의 몰락으로 시장 눈길을 끈 바 있다.
사이먼 측은 일단 주요 고객 업체들과 물류 벤처를 꾸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오프라인 쇼핑몰 소유·관리업체 워싱턴프라임그룹도 딕스포츠 등과 함께 재고 처리용 소매점 임대 벤처를 꾸리기로 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반대 편에서는 온라인 업체인 아마존도 오프라인 쇼핑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책이나 스웨터, 주방 용품과 전자 제품 등은 기존에 백화점에서도 판매하는 물품인데 이런 물품들을 바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주거지와 비교적 가까운 백화점 매장 자리도 물류 센터 입지로 꼽힌다고 WSJ는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구매에 따른 배송이 늘어나면서 아마존은 기존에도 고속도로나 주거지 인근에 자리한 상점들 중 경영난에 빠진 가게들을 물류창고 용도로 인수해왔다. 페덱스나 DHL도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물류 센터 확장에 나선 상태다.
사이먼과 아마존은 코로나19 이전에도 협상에 관심을 보여왔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협상 관계자들은 사이먼과 아마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이먼으로서는 기존 사업 모델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쇼핑몰은 단순히 백화점 매장을 들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백화점을 오가는 유동 인구를 염두에 두고 매장과 어울리는 카페·레스토랑과 영화관 같은 문화·놀이시설을 함께 들여 수익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이먼이 유동 인구를 감안해 기존 쇼핑몰 입지에 맞춰 선정한 임대료와 아마존 측이 생각하는 물류 센터 임대료 등 가격 조건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어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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