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억원대 슈퍼개미의 몰락…주가조작 징역 7년
입력 2020-08-10 11:14  | 수정 2020-08-17 11:37

개인이 전업 주식투자자로 일하면서 200억원대의 주식까지 보유하기 이르렀던 이른바 '슈퍼개미'가 결국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의 일당들은 특정 회사의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가 하면, 고가매수로 주가를 부양하고 다른 개미 투자자에게 보유물량을 양도하는 등 수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좌지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표 모씨(66)에게 지난달 22일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직원 박 모씨(62)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부양하다가 이를 한꺼번에 팔아 이득을 보는 것은 전형적인 시세조종범의 행태"라며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겐 큰 손해를 입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표씨는 재판 과정에서 "A사 주식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해 투자 원칙에 따라 A사 주식을 매수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서 표씨 일당은 주변인들에게 코스닥 상장사 A사 주식 매수를 권한 뒤 증권사 직원인 박씨에게 이들을 소개해 주식 매매 권한을 일임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유치팀', '수급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일부는 교회, 동창회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나머지는 시세 조종성 주문을 넣어 주가를 관리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은 A사의 유통 주식 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주가 조작이 쉽다고 판단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유치로 대량의 A사 주식 물량을 확보한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A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시세 조종성 주문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이들은 한때 A사 주식의 시장 유통 물량 60% 상당을 장악하기도 했다. 초기 2만원대였던 A사의 주가는 한때 10만원대까지 뛰었다. 이들은 고가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린 후 개미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노렸다. 이들은 총 2만9212회의 고가 매수를 통해 67만6918주를 사들였고 총 5660회 83만6788주를 팔았다.
표씨는 A사 주가가 폭락할 땐 오 모씨(46) 등 시세조종꾼에게 "돈을 줄테니 가격을 조종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씨 등은 실제로 시세 조종을 하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주가가 반등하면 자신들의 업적이라고 속여 표씨로부터 약 14억원을 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았다.
중소기업 이사로 재직하다 1994년부터 전업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표씨는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노점상을 통해 모은 돈으로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해 한때 2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자수성가한 슈퍼개미로 불렸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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