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8개의 CCTV, 5가지 식단, 전객실 와이파이…"무단이탈을 막아라"
입력 2020-08-06 15:01 

따뜻한 색깔의 조명과 고급스런 붉은 카펫이 깔린 인천의 한 특급 호텔. 하지만 이곳에는 여행의 설렘 대신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5월부터 해외 입국자들이 자가격리 하는 임시생활시설센터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형형색색 테이프로 클린존(안전지대)과 레드존(감염위험지역)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와 벽 곳곳에는 'Go back to your room now!'(즉시 방으로 돌아가세요!) 라는 빨간 글씨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헤어캡과 비닐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다. 새로운 입소자가 올 때면 모두 레벨D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업무에 임한다.
지난 5일 매일경제가 인천의 한 임시생활시설센터를 다녀왔다. 임시생활시설센터는 무증상 입국자가 국내에 자가격리를 위한 장소가 마땅치 않을 때 입소하게 되는 곳이다. 임시생활시설은 수도권에 9곳이 운영되고 있다.
각 층의 복도에는 6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8개 층에 총 48개의 CCTV가 운영된다. 상황실에서는 국방부 직원 2명이 2시간씩 교대를 하며 24시간 동안 감시한다. 하루에 세번 배식을 하면서 틈틈이 재실 여부를 재확인한다.
최근 다른 인천지역이 시설에서 베트남 국적의 입소자가 완강기를 이용해 무단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강화된 조치다. 고득영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외입국관리반장은 "무단이탈 사례 방지를 위해 관리 감독을 더 강화했다"며 "특히 베트남 국적의 입소자가 무단이탈한 시설은 경계면을 강화하고 경계인력을 6명 증원했다"고 밝혔다.
객실의 경우 25㎡에 침대 2개가 놓인 일반 호텔 객실 모습 그대로다. 깔끔한 방안에 첫 눈에는 '호캉스'가 떠오른다. 하지만 한 번 들어가면 14일간 일순간도 방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곧바로 답답함이 차오른다. 방문을 열 수 있는 경우는 하루에 한 번 생활폐기물을 방 밖으로 내버릴 때 뿐이다. 시설마다 다르지만 이곳은 호텔이라 통유리창으로 창문도 열 수 없다. 심지어 빨래도 스스로 방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중수본은 머무는 동안 할 수 있는 한 불편함은 최소로 덜어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식사는 총 5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일반식사, 돼지고기를 뺀 식사, 채식의 경우 일반채식, 인디안채식, 완전 채식 3가지가 제공됐다. 종교와 개인식성을 고려한 식단이다. 전객실에 TV는 물론 와이파이도 제공된다. 고득영 반장은 "초기 공무원 연수시설 등에는 와이파이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이용객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새롭게 설치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가족들로부터 소포나 택배물 등도 받아볼 수 있다. 매일 3번 제공되는 식사 때 함께 전달된다.
본래 공무원 연수시설 등을 개조해서 쓰다가 최근 정부는 민간과 협력을 강화하여 호텔 등을 빌려 임시생활시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용이 소폭 증가했다. 당초 1일10만원으로 14일간 총 140만원이었던 비용은, 6월 25일부터 1일 12만원, 총 168만원으로 바뀌었다. 향후 민관으로 운영이 이관될 경우 1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토록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임시생활시설은 '혐오시설'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도 부산과 인천 등 각 지역에서는 임시생활시설을 반대하는 주민 시위가 격렬하다. 이 시설에 입소한 사람은 누적 2323명인데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0.77%인 18명에 불과하다. 고 반장은 "시설 내에서 감염이 이뤄진 경우는 0건"이라며 "주민들의 불안감도 이해하지만 안전한 시설"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다행히 지난달 24일 외국인 교대 선원에 대해 무사증 입국이 중지되면서부터 입소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임시생활시설 신규 입소자는 지난달 19∼25일에는 1945명이었는데 무사증 입국이 중지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는 996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임시생활시설의 객실 수는 총 3425실인데 입소율은 4일 기준 33.7%(1천154실)다. 향후 외국인에 대한 치료비가 유료로 전환되면 숫자는 더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6일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43명 늘어났다. 국외 유입확진자가 20명 국내 확진자가 23명이다. 해외입국자는 정부의 추가 조치로 인해 기세가 꺾였으나 지역확진자가 12일만에 20명대로 증가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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