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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무튼 출근` 정다히PD "이규빈→이슬아, 응원하고픈 90년대생 삶...2회 더 재밌을 것"
입력 2020-08-04 16:5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기자]
"고군분투하는 90년대생을 응원하고 싶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연출 정다히, 한영롱)이 1990년대생 3인 이규빈, 이민수, 이슬아의 3색 '밥벌이'를 보여주며 큰 공감을 얻었다. 기성세대, 2000년대생 이후 세대 사이에 낀 90년대생들만의 삶의 방식과 이야기를 브이로그 형식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아무튼 출근'의 정다히(35) PD는 4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기획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정다히 PD는 "만들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시청률까지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기대 이상의 시청률이 나와 감사하다"고 첫 방송을 무사히 마친 소감을 밝혔다.
'아무튼 출근'에서는 이규빈, 이민수, 이슬아 90년대생 3인이 각각 자신의 일을 브이로그 스타일로 공개했다. 서울대 출신 5급 공무원과 대기업 사원, 1인 출판사 대표 겸 작가라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3인의 일상이 소개돼 또래의 공감을 사고, 90년대생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왜 90년대생에 포커스를 맞췄을까? 정다히 PD는 "90년대생은 시대 변화의 초입에 있는 세대다. 80년대도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채 등 어느 정도 체계적인 부분이 있던 시대"라며 "후배들을 보면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재기발랄하게 본인들의 삶을 찾아간다. 어른들의 걱정처럼 마냥 '욜로'를 즐기는 세대는 또 아니더라.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짜 사나이'와 '무한도전'을 오래 한 정 PD는 "관찰 카메라와 리얼 버라이어티를 경험하며 배운 점들 중 이점을 더해 만들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모습도 언급하며 "외부 상황으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데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은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 같더라. 그럴 때는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현실을 사는 여러 사람들이 올린 브이로그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이 이야기를 TV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는 만큼 웃음을 장담할 수 없어 시청률이 잘 따라와 줄지 걱정이 많기는 했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정 PD는 출연자에 대해 "섭외를 위해 참 연락도 많이 하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괜찮은 분들, 방송에서 보여드리고픈 분들이 너무 많더라. 진짜 마음 쓰일 정도로 안타까운 사람도 있고 즐기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생활을 하는 회사원부터 새로운 직종의 사람들, 외국 살이를 하는 사람, 해외 직장인까지 스펙트럼을 넓게 두고 봤다"고 밝혔다. "직장에서의 모습을 담아야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방송에 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이규빈, 이민수, 이슬아 세 명 모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주목 받았다. 특히 방송 전부터 관심이 집중된 이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했던 5급 공무원 이규빈. 꽉 막힌 관료제, 수직형 사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공무원의 현실을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PD는 "촬영하면서 너무 짠내가 나더라"면서 "이규빈이 밖에서 보이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사명감 넘치는 공무원으로 쉴 틈 없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일 거라는 예상을 께고 긴 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업무량은 엄청나더라. 오히려 화면에는 재기발랄하게 나온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보면 '하트시그널2'에도 나온만큼 조금 화려해 보이지 않나. 그런데 이게 진짜 방송에 다 나가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일이 많더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획 의도에도 맞았다. 덕분에 연출 개입 없이 찍자는 모토에 맞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화장품 회사 아모레 퍼시픽 사원인 이민수에 대해 정PD는 "이미 사내에서 인싸였다. 사장님도 알아볼 정도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 알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본인 말로는 그 브랜드가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덕에 명동에 가면 외국인들이 자신을 알아본다고 하더라. 카페를 운영한 자영업자에서 회사원으로 변신,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에 다니는 조금은 특별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작가는 90년대생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줬다. 정다히 PD는 "들여다보면 진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밥벌이'를 하고 있는 케이스였다. 여러가지 분야에서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간에 끼어 살길을 찾느라 바쁜 90년대생의 전형을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아무튼 출근'은 오는 10일 오후 9시 30분 2부로 종영한다. 정다히 PD는 다음 회차 역시 재미있다면서 "시청자들이 '저게 진짜 직장 생활이지' 하면서 봐줄 수 있는 방송이 될 것이다. 단순히 연예인들이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새로운 낯섦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브이로그라는 포맷은 TV 주시청층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포맷이니 만큼 익숙해지는데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다"면서도 "부모님 세대들도 분명 젊은 세대를 겪었다. 이들의 고충이나 보람을 느끼는 부분 등을 보면서 '저 마음 알지'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 2회에서는 기특하고 신박한 방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거다. 더 재미있을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2회차로 한정된 만큼 담지 못한 분들이 많다. 정규 방송이 된다면 새로운 재미를 드릴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면서 기대를 당부했다.
ksy70111@mkinternet.com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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