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노무현이 당했던 `연좌 프레임`…친문 `처남연좌`로 김부겸 공격
입력 2020-08-04 11:25  | 수정 2020-08-05 11:39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 어록이다.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와 일부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을 문제 삼고 그를 집중 공격했다. 이에 그는 같은해 4월 17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앞선 발언과 함께 "모략을 당하고 있는 제게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을 겨눴던 '연좌 프레임'을 그는 정면 돌파했고, 이후 관련 논란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18년이 흐른 2020년 '친노무현·친문재인계'가 주류가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또다시 '연좌 프레임'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8·2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그 대상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9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후부터 민주당 친문 성향의 강성지지층으로부터 '연좌제' 공격을 받고 있다. 그의 처남인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때문이다. 이 전 교수는 1970년대 서울대학교 운동권이었고, 경제사학자로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했지만 뉴라이트로 전환했다. 지난해엔 '반일종족주의' 책을 출판에 논란이 됐다.
친여 성향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김 전 의원을 겨냥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취지로 그가 당대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된다. 함께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친문' 성향의 지지층에게 우호적인 대접을 받는 것과 다른 흐름이다. 김 전 의원이 여권에서 정치를 하면서 계속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소속 16대 국회의원 이력까지 더해져서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당내에선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86그룹 한 의원은 "민주화운동하면서 연좌제 폐해를 직접 겪은 이들이 다수 소속된 정당 지지자들이 연좌제로 특정 후보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운동권 출신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때 김 의원은 합류했고, 이낙연 의원은 새천년민주당에 그대로 남았던 이력이 있는데 한 사람만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의 부인 이유미씨는 4일 직접 글과 신혼여행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씨는 "큰오빠인 이 전 교수로 인해 김 전 의원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떠돈다는 얘기를 들어 안타까운 마음에 하소연을 드릴까한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이어 "큰오빠(이 전 교수)가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제적이 되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형사들이 우리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셋째 오빠는 학생운동으로 투옥되어 재판을 받고 3년여간 옥살이를, 남동생은 대학 졸업 후 미문화원 폭파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2년여 옥살이했다"면서 "또 남편으로 인해 1980년, 1986년, 1992년 세차례나 경찰과 안기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다"고 관련 사연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옛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른다"며 "저의 친정 오빠로 인해 곤혹스런 처지를 당하고 있어 어찌할바를 모르겠는데, 부다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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