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모펀드 못파는 은행, 보험판매 30% 늘렸다
입력 2020-08-02 17:45 
사모펀드 사태로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가 어려워진 시중은행들이 보험 판매인 방카슈랑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이 판매한 방카슈랑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상반기 방카슈랑스 월납 환산 보험료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1168억원)보다 30% 증가한 1517억원으로 집계됐다. A은행은 방카슈랑스 월납 환산 보험료 수입이 1년 만에 7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B은행도 47% 늘었다.
은행이 판매한 방카슈랑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로는 최근 얼어붙은 사모펀드시장이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16개 시중은행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조9458억원 쪼그라든 22조5495억원을 기록했다. 국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한 하나·우리은행을 비롯해 상당수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C제일·씨티·농협·수협·경남·제주·광주·대구은행 등도 1분기에 사모펀드를 아예 판매하지 않았다.
사모펀드는 금액이 크고 환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얻을 수 있어 그동안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판매에 따른 수수료에 비해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다. 사고가 터지면 금융사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권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저금리에 사모펀드 사태 등이 터지면서 거액을 장기로 운용하는 학교법인·재단법인 등도 보험 상품을 많이 찾는다. 저축성 보험은 사실상 예·적금과 비슷한데, 상품에 따라 3년 이상 가입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게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보험설계사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초 '선납 수수료' 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월납을 받는 보험료를 한번에 받으면 은행에 수수료를 미리 지급해주는 제도다. 생보사끼리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이 최근 폐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 등 특정 상품을 늘리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회사 상품을 단순히 중개하기보다는 자체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카슈랑스는 특정 회사 상품 판매 비율이 25%를 넘지 못하는 '25% 룰'과 지점당 2명만 방카슈랑스를 판매하도록 하는 규제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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