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식중독 이어 쌀벌레 까지.. 할말 잃은 안산 유치원 학부모
입력 2020-08-02 15:51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던 안산 유치원에서 보내온 급식 꾸러미에서 쌀벌레가 나와 학부모들이 또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2일 안산 A 유치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최근 A 유치원에서 보내온 급식꾸러미에서 쌀 벌레가 확인됐다. 급식꾸러미는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돼 아이들의 음식 등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치원 급식비로 식자재를 구입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A 유치원이 보내온 급식꾸러미에는 10kg짜리 쌀 한 포대가 들어있었다.
급식꾸러미를 펼쳐본 김모씨는 "첫째와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보낸 농협 쌀과 달리, 유치원이 보낸 쌀 포대 포장지 겉면은 언제부터 쌓인 건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더러운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면서 "품질 등급도 제일 낮은 '보통' 이었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쌀의 질. 포장지 너머로 쌀바구미들이 기어 다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 씨는 "이걸 진짜 먹으라고 보낸 건가 의심했다"고 말했다.
A 유치원 급식꾸러미에 쌀을 제공한 정미소는 학교급식 납품 경험이 전무한 곳으로 확인됐다. 쌀 벌레가 나온 경위에 대해 정미소 대표는 "유치원에 문제(식중독 사고)가 생겼다며 배송일이 6월 18일에서 한 달가량 연기됐고, 그동안 상온 창고에 쌀을 보관했는데 그때 벌레가 생긴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쌀을 저장창고가 아닌 일반 창고에 보관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물로 씻어내 밥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포장지에 도정, 생산날짜를 적지 못한 것도 "실수"라고 인정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A 유치원비상대책위원회는 "식자재 납품업체 측이 약 100개의 택배를 가정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쌀에서 벌레를 발견했다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공유한 학부모만 30여명"이라며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 사례는 더 늘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식자재 납품업체 측은 "유치원이 강화섬쌀을 원해 바로 도정하는 정미소를 찾아 거래한 것"이라면서 "(문제가 된 쌀들을 모두) 반품 및 재배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지적한 내용을 점검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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