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반응 에너지→분자 운동에너지' 전환 현상 첫 발견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은 오늘(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서 일반적인 화학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반응 후 분자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분자는 화학반응을 할 때 원자들 사이의 기존 결합을 끊고 새 결합을 형성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뀝니다. 이때 발생하는 반응에너지는 국소적인 열 형태로 발산돼 사라지고 분자 움직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기존 상식입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액체 용매 속에서 15가지 화학반응을 실제 일으킨 뒤 분자들의 움직임을 핵자기공명영상(NMR)으로 관찰, 반응 뒤 분자들이 추진력을 얻어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상온과 1기압 환경에서 진행된 화학반응에서 용매 속 분자들의 확산이 빨라지는 것은 화학반응 시 발생한 열이 주변으로 방출돼 대류가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하는 기존 열방출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연구팀은 이는 분자들의 운동을 증가시키는 열 이외의 다른 동력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화학반응 에너지가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돼 분자 운동 동력으로 사용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촉매가 관여하는 반응이 일반 화학반응과 전혀 다른 형태의 분자 확산을 야기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15가지 화학반응에서 분자들의 확산 속도를 분석한 결과 촉매반응은 촉매 없는 반응보다 반응에너지 대비 확산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촉매 농도가 불균일한 미세유체칩 안에서 화학반응을 진행하는 실험에서 용매가 촉매 농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촉매가 많은 쪽 반응 분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져 촉매가 없는 쪽으로 확산하는 현상으로 풀이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화학반응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물질을 이동시키는 기계적 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을 최초로 제시하고, 기존 화학반응 에너지 개념을 다시 쓴 것이라며 분자 단위 동력이 필요한 초소형 로봇, 약물 전달 연구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래닉 단장은 "이 실험에서 확인한 반응은 플라스틱 생산과 의생명공학 등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여기서 분자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문 제저자인 후안 왕 연구위원은 "이 연구 결과가 자연에 존재하는 스스로 움직이는 물질들을 이해하고, 정교한 초소형 기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