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술 빼돌리고 단가인하 압박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9.7억원
입력 2020-07-26 16:47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다른 하청업체에 넘기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은 현대중공업이 9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26일 공정거래위윈회는 디젤엔진 생산에 들어가는 피스톤을 공급해 온 하도급 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한 뒤 자사의 비용절감을 위해 이 자료를 다른 업체에 제공,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하고 끝내 거래를 중단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0년 디젤엔진을 개발한 현대중공업은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하도급 업체 A사와 협력해 국산화했다. A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진부품 전문기업으로, 지난 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에도 포함됐다.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국산화 이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A사로부터만 피스톤을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은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제3의 업체인 B사에게 피스톤 견적을 요청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비점이 발견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듬해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된 자료가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사양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고 봤다. 특히 B사에 제공된 기술자료에는 사양 이외에도 공정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관리 방안 등 A사의 기술이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이원화 진행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이원화 완료 후 A사에게 압력을 가해 3개월 동안 단가를 약 11% 낮추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A사와 거래를 끊었다. 특히 2015~2016년 이원화 진행 기간 동안 제품 불량 여부나 요구 목적을 알리지 않고 A사에게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해 제공받았다.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요구도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하지 않는 등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에 부과된 과징금 9억7000만원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그동안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액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자료 유용행위는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특징이 있는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할 경우 6~1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며 "앞으로도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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