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집약적 구닥다리 노동법이 `괴물` 노조 만들었다
입력 2020-07-26 15:35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걷어찬 사건을 계기로 이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준 사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자의 5%에 불과한 대기업 공장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시장을 흔들 수 있게 된 것은 노동집약적 컨베이어벨트 시대에 만들어진 구닥다리 노동법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치파업을 용인한 느슨한 법 체계부터,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노동자 문제까지 기존의 노동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을 새로운 노동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노동자 약 1973만2000명 중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11.8%인 약233만1000명이다.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동자는 대략 노동자 전체의 5% 남짓으로 추정된다.
5%에 불과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판을 엎을 수 있게 된 배경에 노동법이 있다. 현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을 규정하고 단체협약으로 이를 노사가 조정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교섭력을 몰아주는 구조다. 공장 노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본가들이 노동자의 압도적 우위에 있던 노동집약적인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실과 괴리된 이같은 노동법 체계가 대규모 공장을 장악한 민주노총이 노동계 대표로 떠오르 게 된 토양이다.

여기에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정치적 파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근로조건과 관련없는 정치파업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노동조합법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지만 노조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의 파업은 대외적으로 임금인상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해고자 복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빈틈을 이용해 민주노총은 주요 시국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파업을 벌이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민주노총에 대한 성토가 확산하면서 노동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성노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공장 노동에 기반한 현 노동법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행법이 중시하는 근로시간, 근로장소 등은 플랫폼노동이 등장하면서 이미 형해화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고용과 피고용 관계 자체도 모호해졌다. 이 때문에 OECD가 조사한 독일의 노조 조직률은 1998년 25.9%에서 2018년 16.5%까지 떨어졌다.
노동법에서 플랫폼노동자를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영 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중간지대 노동자들을 끌어안는 노동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다층적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장근로자는 기존의 근기법을 적용하되, 이걸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고용직종사자에게는 서면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해 부분적인 보호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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