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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골드러시…금값 2000달러 눈앞 최고가 행진
입력 2020-07-26 14:23  | 수정 2020-07-27 14:37
코로나 재유행과 미·중 외교갈등 격화 분위기 속에 금 선물 가격이 24일(현지시간) 1트로이온스당 1897.50달러를 기록해 9년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2000달러 를 향해가고 있다, [사진 출처 = 페루 금 박물관 / 데이터 그래픽 출처 =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유행과 '미·중 총영사관 폐쇄 보복'등 외교갈등이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 금 값이 2000달러 시대를 넘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위기 등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 각광받는 금과 반대로 움직여온 '실물 경제 지표' 구리도 코로나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이후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인시그니아 컨설턴트의 친탄 카르나니 수석 분석가는 "미·중 갈등이 더 심각해지고 미국 내 코로나 재유행 확산세가 더 커지면 금과 은이 더 오르기만 할 것이고 특히 금 값은 2000달러 선을 거뜬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 선물거래에서 금값은 9년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오는 8월물 금 선물은 1트로이온스당 1897.50달러로 전날보다 0.4%올라 거래를 마쳤고 장중 한때 1905.99달러 까지 뛰어 1900달러선을 넘기도 했다. 거래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2011년 8월 22일 · 1891.90달러)을 넘어선 것이고 이번 주에만 5% 가깝게 올랐다. 올해 최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8일 대비 28.16% 오른 가격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러화 가치(검은 선)약세·5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빨간 선)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재유행 조짐 속 글로벌 경제 회복 불확실성 확대, 미·중 갈등 여파로 `안전 자산`인 금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금 현물(파란색) 가격도 치솟고 있다. [그래픽 출처 = 블룸버그]
세계 금 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올 상반기 400억달러(약 48조680억원) 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이밖에 '투자 거물'들은 지난 4월 이후 뉴욕 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 주가지수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을 비롯한 금속 원자재 보유를 선호해왔다. 모비우스 캐피털 창업자인 마크 모비우스는 앞서 23일 블룸버그TV인터뷰에서 "금값 상승세가 놀랍다. 사람들이 놓치기 싫어서 그저 사고, 또 사고산다"면서 "나 역시 지금도 (금을) 사고 있고, 계속 살 것이다. 금은 특히 기준 금리가 제로(0) 혹은 제로에 다다랐을 때 매력적이며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이 올라간다"고 말해 금 매수 의향을 강조했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과 '채권 투자 대가'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 제프리 건들락, 튜더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인 폴 튜더 존스 등도 팬데믹 사태 이후 금 보유를 강조해왔다.
금 선호 추세에 대해 미국 선물 거래회사 RJO퓨쳐스의 밥 하버콘 선임 시장전략가는 "사람들이 달러 약세와 낮은 채권 수익률에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채권 수익률도 낮고, 중앙은행 정책 기조나 팬데믹에 따른 불확실한 환경을 감안하면 금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5년 새 매년 평균 10.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질주하는 금 (선물)가격. [데이터 출처 = FacSet / 그래픽 출처 = WSJ]
일각에서는 금 값 조정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금 2000달러 시대'를 전망한 카르나니 수석 분석가는 "금·은 매수자들은 앞으로 2주 동안 진정한 도전을 마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금속 원자재 전문가 제이슨 츠바이크는 '금 바보의 황금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금이 2015년 이후 매년 평균 10.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금 값 급등세가 조정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로 금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서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경험적 데이터와 더불어 둘째로 '안전 자산'인 금 값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정작 불안정하다는 점 때문이다.
금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오히려 나쁘다는 평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경험적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다. WSJ 칼럼은 과거를 돌아보면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금 매수에 나서면서 2011~2012년 연간 6%씩 올랐지만 정작 2013~2015년 동안에는 38%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각 국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제로 금리' 시대를 열었고 미국에서는 정부가 수 조 달러를 쓴 결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물가 상승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금을 매수했다. 다만 오히려 저물가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2011년 8월 22일 1891.9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9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던 금 값은 2015년 말 1050 달러로 떨어졌다.
'안전 자산'인 금 값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정작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 뉴욕지부의 수키 쿠퍼 귀금속 연구 책임자는 "금 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변덕스럽게 출렁이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WSJ칼럼은 "이제 금은 과열된 경제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 헷지 수단이 아니라 '경제가 얼마나 빨리/느리게 복귀 하느냐'에 대한 내기같은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 반등이 느리게 일어난다면 금 값 상승여력이 있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면 하락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외교갈등과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속에 24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구리 가격은 1.52%하락했다. 실물(제조업)경기 지표로 통하는 구리 시세는 다만 3월 23일 저점 대비 37.72%높은 수준이며 코로나19사태 이후 이례적으로 금과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그래픽 출처=시카고상품거래...
한편에선 구리 가격이 금값과 같은 방향으로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 제품 등 각종 제조업에 쓰이는 바람에 금속 원자재 시장에서 실물 경기 지표로 통하며 '구리 박사'로도 불리는 구리는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이 2500파운드 당 2.89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올해 최저점(지난 3월 23일) 대비 37.62%올랐다. 금과 구리가 나란히 3월 중순 최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동반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구리 상승세가 금(28.16%)보다 가팔랐다.
금과 구리 가격 동반 상승세를 두고 23일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추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팬데믹에 따른 불확실성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코로나 재유행과 미·중 외교 갈등 탓에 안전자산인 금 값이 뛰고 있지만 한편에선 '세계의 공장'으로 통해온 중국이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마치고 지난 6월 부로 경제 재건에 나서면서 제조업 가동을 서두른 결과 구리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인 시티그룹이 추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중국 내 구리 수요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5%뛰어 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리의 경우, 최대 생산·수출 1~2위를 각각 도맡은 칠레와 페루가 코로나 여파로 고전하면서 채굴 등 공업활동이 제한적으로 가동되는 등 공급이 쪼그라들면서 가격 상승세를 더 부추겼다. 다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빠르지 않고 미·중 외교갈등이 격화돼 실물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을 보이자 24일 구리 선물 가격은 1.52%하락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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