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린 천박한 시민 아냐" "집주인이 봉이냐" "문재인 내려와"
입력 2020-07-26 06:09  | 수정 2020-07-27 10:24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한국관광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규탄 집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금이 기자]

"열심히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 집 사는 게 죄입니까", "집값 폭등을 임대사업자 때문이라며 국민을 이간질하지 마십시오"
주말인 2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임대차3법 반대 추진위원회' 등 온라인 카페가 공동 주최하는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가 열렸다. 청계천 옆 1차선 도로에는 1000여 명이 모여 앉아 200m가 넘는 긴 줄을 만들었다.
지난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에 500여 명이 참가한 것과 비교해 두 배가량 늘어난 인원이었다. 이들은 LED 촛불을 들고 "임대인도 국민이다", "임대 3법 철회하라", "6·17 부동산 대책 철회하라", "집주인이 봉이냐" 등 구호를 외쳤다. 중장년층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와 청년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 해가 질 때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경남에서 올라온 6·17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대표는 "아이 몸이 아파 대학병원 근처에 이사가려고 아파트 분양권 구매했는데 갑자기 규제 지역이 돼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경제정책 실패로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추락하고 거래매매가 실종돼 처분하려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방에 안 팔리는 집을 가진 사람들을 적폐 투기꾼으로 몰고 세금을 강탈하는 정부의 속임수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둔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고 저축해서 아이들에게 노후에 짐이 되지 않으려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게 불법인가"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빚내서 명품사고 외제차 끌고 월세나 살걸 그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사는 한 직장인 남성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3년간 정부의 실정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고통받고 부동산 정책으로 젊은 세대와 무주택자가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사는 게 죄악시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 서울과 수도권 요지 집값은 더 오르고 지방은 폭망해 양극화만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선 문재인 대통령 글자가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화제가 된 정창옥 씨도 집회에 참가해 또다시 신발을 던졌다. 주최 측은 "의자는 '대통령이 이 자리에 와서 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소품"이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내려와", "문재인 탄핵" 등 현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우린 천박한 서울시민이 아니다. 아파트 사는 사람들도 천박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경제에 자신이 없으니까 정부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긴다는 얘기나 하는 무능하고 부정한 정부"라고 규탄했다.
한편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등을 당부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떨어져 앉았지만 인원이 몰리면서 양옆 간격이 30cm가량으로 무너지는 등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집회와 함께 포털 사이트에 '나라가 니꺼니', '문재인 내려와' 등 실시간 검색어 순위 올리기 운동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또 정부 대책의 위헌성을 따지는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초기 선임료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