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엄마, 나 다 기억났어" 가혹행위 피해자, 웃음 못 찾아
입력 2020-07-24 14:41  | 수정 2020-07-31 15:04

20대 커플에게서 몇 달 간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와 폭행에 시달리다 다시 가족 품에 돌아온 아들 A(24) 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엄마, 나 다 기억났어"라며 지옥 같았던 피해 상황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A 씨를 폭행한 피의자 박 모(21) 씨는 함께 운동한 인연으로 만난 중학교 후배였습니다.

결국 악연으로 귀결된 인연은 군 제대 이후까지 이어졌고, "일자리가 있으니 함께 지내자"는 꼬드김으로 악몽 같은 A 씨 커플과의 동거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박씨와 여자친구 유 모(23) 씨는 A 씨가 대출받아 중고차를 구매하게 하고, 다시 차를 담보 맡겨 받은 돈을 가로챘고, 그전에는 휴대폰 여러 대를 개통해 이를 담보로 A 씨 명의로 대출받기도 했습니다.


폭행이 시작된 것은 박씨 커플의 꼬드김으로 함께 살면서부터로, 친척 업체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던 A 씨를 이들 커플은 "한 달에 400~500만 원 벌 수 있는 직장을 소개해 주겠다"며 불렀습니다.

늦잠 자서 소개해준다던 직장의 면접에 불참하자 이 때문에 박씨 아버지 회사가 직원 채용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 허사로 돌아가 피해를 봤다며 6천만 원의 차용증을 쓰게 하고, A 씨가 일용직 일감으로 벌어온 돈을 빼앗아 갔습니다.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않는다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박씨 커플은 A 씨를 처음에는 주먹·발길질로 때리다 골프채, 쇠파이프, 야구 배트까지 휘두르는 폭행을 이어갔습니다.

폭행의 강도는 점점 세져 다친 몸으로 더는 일을 가지 못하자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까지 했습니다.

불로 온몸을 지졌고, 화장실에서 페트병을 잘라 입에 물리고 물을 계속 들이붓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끼얹고, 찬물을 들이붓기를 반복했으며 화상 부위를 당 체크용 바늘 수십 개를 묶어 찌르기도 했습니다.

오랜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A 씨의 두피는 화상으로 벗겨졌으며, 근육은 괴사했습니다.

A 씨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할 작정을 한 이들 커플은 월세 130여만 원짜리 방 5개, 화장실 3개 딸린 큰 집에서 생활하며 남는 화장실에 수일 동안 A 씨를 가뒀습니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남아있는 2월에는 베란다에 누워있으라며 가둬 찬물을 들이부었다고 A 씨는 떠올렸습니다.

3월에서 5월까지 이어지는 폭행과 가혹행위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자 이들 커플은 A 씨를 원양어선 배에 태워 임금을 빼앗으려는 인신매매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반항도 해봤지만, 더 심한 폭력과 가혹행위가 되돌아와 역부족이었습니다.

더구나 박씨 커플이 아버지 회사 법무팀, 회계팀, 경호팀, 장기매매팀을 동원하겠다며 가족들 신상까지 협박해 순진한 A 씨는 반항의 의지마저 접을 만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박씨 커플을 구속 수사 중인 경찰은 A 씨의 추가 진술을 받고 신속히 수사를 벌여 차근차근 이들의 잔혹한 행위의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최고 30년 이하 실형 선고 가능한 특수중감금치상 외 특수중상해, 영리유인, 영리 인신매매 미수, 특수공갈, 준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24일 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A 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를 주축으로 스마일센터,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장애인단체, 지자체 등과 함께 통합회의를 개최해 검사·치료비, 심리치료, 법률지원, 장애등록 지원 등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A 씨의 가족은 "아들이 상처가 회복되면서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며 "안정을 되찾았지만 웃지는 않는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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