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라임 충격` 비켜간 KB금융…실적 고공행진
입력 2020-07-21 17:44  | 수정 2020-07-21 19:35
KB금융그룹이 코로나19와 부실 사모펀드 사태 등 악재를 비켜가면서 2분기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신한 하나 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라임 등 부실 사모펀드에 따른 부담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이 부담에서 자유로운 KB금융이 실적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KB금융은 2분기에 지난 분기 대비 34.6% 증가한 98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2분기 이익은 시장 추정치인 8800억원보다 1000억여 원 높은 수치인 데다 전년 동기 대비 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한 1조7113억원이다.
KB금융은 1분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화채권·유가증권·파생상품 등 자산운용 부문에서 평가손실을 봤다. 당시엔 시장 전망보다도 낮은 729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2분기에는 이 손실이 대부분 회복된 데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기타영업손익 부문 손실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따라 상당 부분 회복됐고, 비은행 부문의 비이자이익도 확대됐다"면서 "전년도 수준으로 실적을 회복하며 안정적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에선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늘어난 점 등도 수수료 이익에 보탬이 됐다. KB금융의 2분기 비이자이익은 지난 분기 대비 139% 증가한 9389억원에 달했다. 특히 증권업 수입 수수료가 1931억원으로 같은 기간 33.4% 증가했고,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도 19% 증가한 1339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비은행 부문의 수수료 이익 비중은 은행 부문을 역전한 61.1%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 비중은 은행 50.6%, 비은행 49.4%였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하락도 이번 실적에 일부 반영됐다. 먼저 경기 전망을 반영한 대손충당금은 약 2060억원 적립됐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고위험 여신 충당금도 여기에 포함됐다. KB국민은행에만 추가 대손충당금이 세후 약 1150억원 반영되면서 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1조2467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그룹 1.74%, 은행 1.5%로 각각 전 분기 대비 10bp, 6bp 하락했다. 다만 전반적인 원화대출금 성장 기조에 따라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한 4조6832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대비 6.8%, 지난 분기 대비 2.4% 늘었다.
이 밖에 계열사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KB국민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1638억원, KB손해보험이 13.4% 감소한 1440억원, KB증권이 59.1% 급증한 1288억원 등을 기록했다. 대형 금융그룹 실적이 대폭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속에서 KB금융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상반기 금융그룹 순위 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간 순이익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2년 연속 신한금융그룹이 1위를 지켜왔지만, 분기 실적으로는 반년 전인 지난해 4분기에도 KB금융이 앞선 사례가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따라 염가매수차익 2000억원 규모가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등 호재도 대기 중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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