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편의점이 `강제로` 저축까지 해드립니다
입력 2020-07-20 15:27 
[사진 제공 = BGF리테일]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부터 환전, 결제대행까지 가능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물리적인 거점에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여 고객 발길을 모으려는 전략이다.
20일 편의점 CU는 삼성증권, 티클과 손잡고 상품을 구입하면 결제한 금액의 1000원 이하 잔돈을 삼성증권 CMA 계좌에 10% 추가로 저축해주는 재테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티클은 잔돈을 적립해 해당 금액만큼 '강제 저축'하도록 도와주는 핀테크 앱이다. 앱에 등록한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카드에 연동된 은행계좌에서 1000원 이하의 잔돈을 가져와 '티클 저금통'에 적립한다. 만약 1200원짜리 커피를 결제하면 임의로 잔돈 800원을 적립하는 것이다. 결제액이 3000원, 1만원 등 잔돈이 생기지 않는 1000원 단위일 경우 적립액은 1000원이다. 이렇게 모인 잔돈은 매주 티클에 등록한 삼성증권CMA 계좌로 자동이체된다. 이체된 저축 금액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CU는 9월까지 상품 구매 후 적립된 잔돈의 10%를 매주 저축 지원금으로 고객의 CMA 계좌에 추가로 적립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CU에서 쇼핑을 한 후 쌓은 잔돈이 5만원일 경우 이것의 10%인 저축 지원금 5000원을 더해줘 실제로는 총 5만5000원이 CMA 계좌로 입급되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누릴 수 있는 금융생활은 이뿐 아니다. CU는 현재 1만4000개 점포 중 90%에서 현금 자동입출금기(ATM)기를 운영하는데,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TM기를 쓰지 않고도 매장 카운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1000원짜리 상품을 사면서 직원에게 "10만원을 가져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10만1000원을 결제하고 실제 포스(POS)기기에 있는 현금 10만원을 고객에게 주는 식이다. 포스기가 ATM 역할을 하는 셈으로 인출 가능한 금액은 최대 10만원, 수수료는 800원으로 일반 ATM의 1300원보다 500원 더 저렴하다. CU 관계자는 "ATM이 있는 점포에서도 이 서비스 이용 횟수가 ATM이용보다 4배 더 많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적금과 보험 같은 금융상품 판매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CU는 최근 DGB대구은행과 손잡고 연 최고금리 2.7%를 주는 정기적금 특판 행사를 열었다. CU 모바일 앱인 '포켓 CU'를 통해 적금을 홍보하고 가입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링크를 제공했는데, 상품에 가입하거나 정보를 살펴보면 도시락 할인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험대리점 역할도 도맡아 GS25는 현대해상의 반려동물 보험을, CU는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CU의 다이렉트 펫보험은 매장에 있는 택배용 키오스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데, 비대면 상품이라 오프라인보다 보험료가 10% 가량 싸다.
기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고객층을 겨냥한 '대체 결제' 플랫폼으로 활약하는 것도 주목된다.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결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 수 있는 GS25의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서비스 이용건수는 지난해 15만건에 이어 올해는 30만건, 결제액은 12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거나 온라인 결제가 어려운 10대와 외국인을 위한 이 서비스는 11번가, 스타일쉐어 같은 온라인몰에서 상품 구입 후 결제 방식을 'GS25 편의점 결제'로 하면 고객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전송한다. 가까운 GS25에 들려 이 바코드를 카운터에 제시하면 간편하게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
GS25 관계자는 "서비스가 가능한 온라인몰은 50여곳인데 이중 스타일쉐어, 언니가간다 처럼 10대가 이용하는 쇼핑몰 결제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환전 서비스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강서점, 목동점 등 서울 5개 매장에 최근 외화 환전과 적립이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지폐 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일부 지점에서만 받아주는 동전도 키오스크에 넣으면 환전 뿐 아니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이마트도 성수, 용산, 죽전점에 무인환전기를 설치하고 16개국 지폐와 11개국 동전을 신세계상품권으로 바꿔주는 외화 교환 서비스를 도입했다.
편의점과 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금융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뛰어난 집객효과 때문이다. 일단 각종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매장으로 오게 하면 자연스럽게 연계구매가 일어나는 구조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금융이나 택배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일반 상품도 구입한다"며 "유통매장이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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